(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 맞벌이를 하고 있는 청주의 A씨는 퇴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A씨의 아이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돌봄교실을 거쳐 미술 학원을 들렀다 집으로 오게 된다.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A씨는 “돌봄교실 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예비 순위였다가 다행히 앞의 아이들이 포기하는 바람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그나마 1,2학년 때는 돌봄교실에 보낼 수 있지만 3학년이 되면 이마저 여의치 않아 더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맞벌이 부부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장시간 아이들을 돌봐주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하교 시간이 빨라 예상치 못했던 돌봄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충북도내 각 초등학교에서는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14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에는 초등학교 본교 256곳과 분교장 3곳에서 444개실의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수용 인원이 부족해 신청자들이 대거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신청 학생 8901명 중 8396명만 돌봄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김모씨는 올해 돌봄교실 신청에서 탈락했다. 김씨는 “맞벌이 가정으로 신청했는데도 떨어져서 난감하다”며 “집에서 하는 일이라도 아이와 함께 있으면 집중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학원 몇 곳을 돌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돌봄교실에 선정되더라도 대부분 오후 5~6시까지만 운영돼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서는 퇴근하는 시간까지 사교육을 시키거나 하교도우미를 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돌봄 공백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오후 8~10시까지 ‘저녁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지만 도내 16곳에 불과하다. 이곳에서는 오후 5~6시까지 운영하는 ‘오후 돌봄’과 달리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보육을 위주로 하며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저녁 돌봄을 운영하는 도내 한 초등학교 교장 B씨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고 교사들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학부모들의 입장을 고려해 1개 반을 저녁 돌봄 교실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교실이 구축돼야 하는 등 예산이 수반되기에 무조건 돌봄교실을 증설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2~3년 전부터는 시설과 인력의 부담이 적은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이 도입됐다. 방과후학교 수업 사이에 일반교실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현재 도내 26곳에서 운영 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교실 증설이 필요한 학교의 신청을 받아 예산 지원을 하려고 하지만 교실에도 한계가 있고 인력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며 “기존의 돌봄교실이 아니라 방과후 학교 연계 형태로 운영한다거나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학원에 갈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은 양육자 없이 집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 것이다. 지자체와 지역 복지관에서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동이 원하지 않거나 보호자가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학교와 방과 후 활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갔을 때 하루 1시간 이상 혼자 또는 아이들끼리 지내는 초등학교 1~3학년 ‘나홀로 아동(자기보호아동)’은 2014년 22%에서 2015년 36%로 급증했으며 2016년 37%로 소폭 늘어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청주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방과후교실의 경우 대개 오후 6시면 업무가 끝나게 된다. 그런데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회사를 마치고 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3교대를 하거나 한부모 가정인 경우 부모님이 출근하고 나면 혼자 학교에 등교하거나 하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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