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운다" 9살 딸 밀쳐…욕조 부딪쳐 숨지자 방으로 옮겨 방치
학교에 "아파 못 간다" 전화…퇴근한 아버지가 뒤늦게 발견해 신고

(동양일보 신홍경 기자) 지적장애가 있는 9살 의붓딸을 화장실에서 밀쳐 숨지게 한 뒤 10시간가량 방치한 30대 계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적장애 3급인 의붓딸을 밀쳐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계모 손모(34·여)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손씨는 전날 오전 7시 30분께 청원구 오창읍 아파트 화장실에서 남편 전처의 딸 A(9·여)양 가슴을 손으로 밀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쓰러지면서 욕조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크게 다친 뒤 의식을 잃었으나 손씨는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A양을 작은 방으로 옮긴 뒤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10시간가량 방치했다. 경찰이나 119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께 손씨는 A양이 숨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씨는 이날 아침 A양이 다니는 학교에는 "아이가 아파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전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아버지 B(33)씨가 이날 오후 6시 53분께 퇴근해 방에 숨져 있는 딸을 발견, 119에 신고했으나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뒤였다.

A양은 발견 당시 얼굴 등 몸에 상처가 있었으며 병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머리에서 외상성 뇌출혈이 확인됐다.

연행 당시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던 손씨는 경찰에서 "화장실에서 머리를 잘라주는데 자꾸 울고 말을 듣지 않아 홧김에 밀쳤다"면서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손씨는 2년 전 B씨와 결혼했으며 B씨 전처의 딸인 A양과는 지난 2월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학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숨진 A양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은 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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