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동양일보)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어 삼성동 자택으로 간 날, 대문 앞에 모인 친박인사와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들은 자기가 모시던 지도자에 대한 인정과 의리 때문에 모인 의리의 사나이들일까 아니면 그동안 자기이익추구에 혈안이 되었던 간신들이거나 내시들일까.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는 현대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 발생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들 중에 충언을 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박대통령의 성격이나 통치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사실에 입각하여 쓴 소리를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동안처럼 처신하거나 지금처럼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공인의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까움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역사를 돌아볼 때 폭군이 지배하던 시절이나 반정이 일어날 때면 꼭 간신들이 득세하거나 환관들이 나타나 국정을 농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를 보면 연산군 시절 간신들이나 환관들이 국정의 주역으로 등장하여 사욕을 채우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 시기에 원칙주의자들은 외면당하고 기회주의자들이 대접을 받았다. 또한 흑백논리가 판을 쳐 정파주의와 분파주의적 행동이 만연하였다. 내가 살기위해서 상대방을 매도하고 곤경에 빠뜨리는 일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자기진영의 정치이데올로기를 맹신하고 절대화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고방식이 끼어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돈과 소통부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편향된 사고와 왜곡된 시선을 가진 군주 때문이다. 소통이 안되는 사회는 소통을 못하는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사회에 불신이 만연하고 부정의 철학이 지배하는 것은 지도층의 잘못이다. 국가를 잘못 운영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이 경험주의적 사고방식에 따라 행동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중시하면서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의사결정을 해나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상대방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이 조직원들을 겁주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워서는 소통부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원인이 본인에게 있는데 그것을 너무 모르는 지도자들이 예상외로 많다. 이들이 이끄는 조직의 내부상황을 들여다보면 위태위태하다. 평화 시라 그렇지 위기가 발생하면 쪽박 날 조직이 의외로 많이 있다. 그런 조직일수록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며 비밀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난관을 타개할 회의를 많이 여는데 해결책을 만들지는 못한다. 구성원들이 흉금을 털어놓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도자들은 특히 어린 시절부터 듣고 말하기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남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또 역사나 현안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의사결정을 할 때 지위고하나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보고 판단을 하지 않고 어느 주장이 더 많은 사람과 미래에 도움이 되는가를 보고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혼란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 불안한 듯 질서 있고, 평안한 듯 무질서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선거는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인가?

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어도 그 사람이 제대로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럴 때 일수록 지도자들에 대한 기대가 큰데 그들은 대권에만 눈이 멀어있다. 따라서 민초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내 눈앞의 이익만 계산하기 보다는 서로 간에 도움이 되고 지속가능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에 생각을 모으고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인간다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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