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
온 통 산뿐인 나라에서는
자동차를 몰고 한 두 시간 가면
다 산골이다
저 강원도 골짜기가 아니어도
어릴 적 머루 따먹고
칡뿌리 캐먹던 고향이다.
괴산댐을 지나 산모퉁이를 끼고 난 길
깊고 맑은 계곡에 닿으면
씨알 굵은 칡뿌리 구불구불 돌아누워 있다.
산비탈 일군 밭에선 누렁 소가 쟁기를 끌고
막걸리 한 주전자 들고 세참 내가던
어린 냉이 꽃 같은 누이가 있다.
자갈자갈 흐르는 물소리 따라
겨우내 얼었던 감장 고무신 신고
들로 산으로 뛰어 다니는
봄, 갈은 아이들이 있다.
다 커버린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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