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새 정치지평 제시 부탁"…안상수 "세계적인 인물"

(동양일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의 도움을 받으려는 정치권의 구애는 계속됐다.

특히 같은 충청 출신의 대선 잠룡들은 반 전 총장의 명망을 등에 업고 '충청 대망론'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충청 출향 명사들의 모임인 '백소회'가 마련한 환영 조찬에 참석했다.

조찬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공히 반 전 총장의 업적을 칭송하며 구애성 발언을 했지만 반 전 총장은 인사말도 사양하는 등 대선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왼쪽)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충청권 명사 모임 '백소회' 조찬회에 참석,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전 총리는 인사말에서 "과거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충청인들이 나서서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느냐"며 "특히 반 총장이 경륜을 발휘해서 국론을 다시 추스르고 국민 통합을 하는 데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반 전 총장을 바라보며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랄까, 새로운 정치 지평을 제시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고, 반 전 총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남 태안 출신의 안 의원도 "반 전 총장은 세계적인 인물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나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결단을 내려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걱정은 다른 분들이 하고 본인은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새로운 곳에서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말이 제 마음에는 더 훈훈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이렇게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세계사에 족적을 남긴 총장이 국민에 더 큰 사랑과 지도력을 보여주는 것을 확신했는데 참으로 아쉽기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 때 홍 의원은 같은 당 김무성 의원과 "반에게 출마 설득을 해보세요"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나눈 것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홍 의원이 반 전 총장의 재출마를 타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오래된 문자 메시지를 지우지 않았는데, 과거의 다른 문자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카메라에 잡힌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반 전 총장은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조찬에서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주로 외교·안보에 관해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지금 세계화 시대인데 한국의 인식이 너무 국내에 갇혀있다. 글로벌한 인식을 해야 하는데 너무 우물 안 사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한 자유당 이명수 의원이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또 한국전쟁 당시 소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유엔군 파병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하고 "스스로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정치를 접은 이유에 대해 "제가 어떤 비전을 가졌고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질문하는 게 아니라 누구하고 같이 정치를 할 건지, 어느 당으로 갈 건지를 묻는 언론이 생각 밖이었다"고 말했다고 정 전 총리는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조찬 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서의 역할이나 지지 후보, 탄핵 사태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초빙교수직을 맡아 오는 24일 출국, 대선 이후인 7월 초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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