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공' 靑직원 "그야말로 속수무책"…'늘공'도 인사상 불이익 우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물러나면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직원들이 막막한 부처 복귀 및 구직활동 전망에 한숨을 쉬고 있다.
5월 9일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다음 자리를 구해야 하는 데 실패한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면서 자리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400여 명 규모의 대통령 비서실 소속 직원들의 마음이 다급한 상태다.
자체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대통령 경호실이나 정치적 색채가 거의 없는 국가안보실과 달리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책상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13일 경호실과 안보실에서는 실장만 사표를 제출했으나 대통령 비서실의 경우 실장과 수석비서관 9명 모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비서실에서 가장 크게 위기의식을 느끼는 직원들은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이다. 새누리당이나 국회의원실, 대선 캠프 등에서 일하다 청와대에 합류했지만, 지금은 돌아갈 데가 마땅치 않고 새로운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분당되고 이름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는 등 여의도 환경이 크게 변한 것도 구직의 어려움을 키우는 요소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한 행정관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 패배에 분당까지 이어지면서 절대적으로 보좌관 규모가 준 데다 지금은 빈자리도 없는 상황이라서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면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어공인 수석비서관과 비서관 등 고위 인사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 국정 철학을 공유하면서 정권 핵심에서 근무한 만큼 평상시였다면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직위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여건이나 분위기가 안 된다는 점에서다.
다만 교수 출신의 경우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실무직원 중에서도 당 사무처 출신 인사들은 일단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의 경우 최근 당 인사 때 복귀했으며 나머지 인원들도 조만간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공에 비해 '늘공'(늘 공무원)의 경우 사정이 낫기는 하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부처에서 파견된 만큼 부처 인사에 맞춰 부처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나 부처에서 환영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해 8월 인사에서 청와대 비서관 2명이 차관으로 승진한 전례에서 보듯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 부처 복귀시 승진해서 이동하는 것이 대체적 패턴인데 이번에는 탄핵 상황에 발목이 잡히면서 요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나아가 정권이 교체될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근무한 것 자체가 인사상 불이익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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