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배
묵은 김치 씻어 펼치고 여자가 부침개 굽는다. 진달래 꽃잎으로 징검다리도 놓는다. 자근자근 밟고 떠날 그대에게 나 더는 솥뚜껑 무쇠 바닥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순간에 달아오른 뜨거움도 아니고 싶었는데, 여자는 그냥 그대로 이러고 산다고 푸념이다. 더 얇게 반죽 펴다가 데인 손바닥, 그 여자의 우주는 둥근 물집에 납작하게 살고 싶은 나를 며칠 째 가둔다
앞뒤로 번갈아 슬픔 굽는 일에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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