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 반영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유럽의 페이크 뉴스(fake news) 즉 가짜뉴스는 전통이 깊다. 만우절이면 언론은 한구석에 가짜뉴스를 숨겨놓고 독자가 찾아내 웃어주길 기대했다.

오래전 영국 BBC는 ‘스파게티가 나무에서 열린다.'는 능청스러운 보도를 했다. 또한 만우절에 자살한 홍콩배우 장국영의 죽음은 한동안 가짜뉴스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제 낭만의 시대는 끝난 듯하다. 서슬 퍼런 비수를 품은 가짜뉴스가 세상을 흔들고 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조작한 뉴스가 엄청난 골칫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퇴주잔 소동은 악의적으로 짜깁기된 영상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지지율이 떨어진 뒤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에도 가짜뉴스의 그림자가 있다고 한다.

지난 1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절반이상이 각종 인터넷 서비스의 뉴스를 보면서도 사실여부나 출처를 모른 채 믿고 있다고 밝혔다. 가짜뉴스가 무서운 점은 급속한 확산이다. 그럴듯하게 꾸며진 가짜뉴스는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공유할 수 있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진짜로 둔갑해버린다. 가짜라는 게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사기전과 14범인 김대업이 벌인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불거졌던 병풍사건도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2011년에는 미국산 소고기수입으로 광우병이 만연한다는 괴담이 만연했으나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이런 가짜 뉴스와 흑색선전은 주로 정치인과 그 추종자들이 상대방을 곤경에 빠트리려고 악용하는 사례가 제일 빈번하다. 그런데 가짜뉴스가 더 무서운 것은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SNS로 유통되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기가 불가능하다.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페이스북(facebook)도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아직 없다.

가짜뉴스를 발견하더라도 삭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았어도 삭제가 적절한가와 표현의 자유 여부를 판단하는 시간이 필요하여 즉시 차단할 수 없다고 한다. 그나마 페이스북의 페이크 뉴스는 대처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카카오톡 같은 폐쇄 커뮤니티에서 회원들끼리 공유하는 것은 손쓸 방법조차 없다. 거기다가 사실 확인이 안 된 가짜뉴스가 신문이나 TV에 보도가 되면 그 파장이 겉잡을 수 없고 사실 확인이 되어 정정 보도를 하드라도 그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 맥 못 추는 시대이다.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가 여론을 이끌고 특히 선거와 정치에는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탈진실시대가 판치고 있다. 누구나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오히려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리고 사실을 왜곡할 위험을 키우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국민이 거짓을 껴안으면 역사는 후퇴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는 암흑뿐이다. 가짜뉴스 보도로 언론매체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 전반의 갈등지수를 높일 뿐이다. 생각이 다른 집단을 극단주의로 몰아갈 위험성도 크다. 독일정부가 가짜뉴스를 차단하지 않는 소셜미디어기업에게 최대 5000만유로(약600억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에서도 하루빨리 이를 막을 엄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유언비어나 가짜 뉴스를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지난 17일 김수남검찰총장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가짜뉴스작성, 유포자를 구속수사하고, 끝까지 추적 엄벌한다고 밝혔다. 언론과 SNS가 가짜 뉴스가 생산·유포되지 않도록 감시기능을 단단히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정보 이용자의 자세이다. 이런 유언비어와 가짜에 휘둘리지 말고 거짓과 진실을 가릴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절대로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말고,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주권행사를 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