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폐업주유소 지원법 마련해 놓고도
구조조정 전담기구 조합설립 인가 미온적
과잉공급업종 구조조정 ‘원샷법’과 대조적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속보=충북을 비롯한 전국 주유소들이 장기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가 폐업 지원법을 마련해 놓고도 미온적이어서 업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2016년 9월 22일자 3면

21일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들이 운영난으로 휴·폐업하는 곳이 급증해 2015년 말과 지난해 말 현재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7곳과 165곳이 문을 닫아 1만2719곳과 1만2554곳이 영업 중이었다. 이는 최근 3년새 총 382곳이 운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은 것이다.

충북에선 2014년 12곳, 2015년 11곳, 2016년 12곳 등 최근 3년 새 33곳이 문을 닫았으며 현재 807곳이 영업중이다.

이처럼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데는 1995년 유가자유화로 이듬해 거리제한이 풀리면서 신규 주유소가 급증했고 MB정부 때 농협과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휴게소에 알뜰주유소까지 허가해 주면서 최근 3년새 주유소 시장은 과포화로 인한 출혈경쟁으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자율시장경쟁의 원리에 따라 경쟁에서 뒤처지는 주유소의 경우 자동 도태 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운영난에 문을 닫는 주유소들이 1억5000여만원에 이르는 막대한 시설 철거비 등 폐업자금 확보가 어려워 휴업을 선택하면서 전국 주요도로변에는 ‘유령주유소’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는 2014년 3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 정비되면서 주유업계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전담할 수 있는 공제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는데도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설립인가를 미루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유소협회는 2012년 10월 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T/F팀을 꾸려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2015년 10월 28일 ‘한국주유소공제조합’ 창립총회를 거쳐 그해 10월말 설립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제조합 설립을 불허, 업체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폐업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자부는 주유소공제조합의 기금조성 계획과 사업계획에 대한 세부시행방법이 없어서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조합설립 인가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는 지난해 8월 13일부터 과잉공급 업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마련하고 8조7000억원의 재정을 투입, 시행하고 있다.

원샷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기업 인수합병(M&A) 절차를 줄여주고 세제혜택도 준다. 이에 필요한 서류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적극지원하고 있다.

산자부는 이 원샷법 지원기업을 늘리기 위해 현재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유소 폐업지원을 위한 공제조합 허가를 불허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와 관련, 바른정당 정운천(전북 전주을) 국회의원은 “정부에서 폐업주유소 지원을 위한 공제조합 설립 근거를 마련해 놓고도 실제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뒷받침을 하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며 “산자부는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업계와 신청자에게 자문, 방향제시 등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재현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사무국장은 “산자부가 폐업 주유소를 지원하기 위해 한 때 연간 10억원씩 3년에 걸쳐 30억원을 지원하기로 예산을 세웠다가 2014년 말 영·유아 보육사업비 고갈 파동으로 관련예산의 용도가 변경되었다”며 “산자부는 조합기금 내역부터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원 의지가 있다면 먼저 기금 출연금 조성에 지원금을 보탤 수도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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