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은정

사람으로 사람이 사는 곳에 빽빽하게 들어앉아

저나 나나 똑같은 모습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웃음 웃는 일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디?

 

넉넉한 품안에 껴안을 것들을 생각해서

사람 사는 곳에서 사람 사는 곳을 버리고

허허롭게 사람의 그리운 그늘을 만들기가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디?

 

온몸 마디마디 꺾으며

얼마나 견뎌 지난 세월이었니

그 세월에 예사로 생채기를 내고 어디 너는 즐겁디?

그러나 저를 내어 세상을 적시는 장년의 사내들이

주름을 펴듯 웃는 웃음이

논배미 너른 들판에 서 있을 때

그땐 그 어느 배경이 필요하지 않게 멋있더라고

 

나이 쉰이 넘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 앉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복습을 할 줄 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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