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주자, 경선비용만 당 기탁금 포함해 10억 안팎 쓸 것이란 관측도

대선도 일종의 '쩐(錢)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각 당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각 정당과 주자들이 지출하는 경선 및 대선 자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무소속 후보가 아닌 이상 소속 정당에 기탁금을 내야 한다.
인건비를 포함해 당이 경선을 치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후보들에게 부담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경선 후보에게 기탁금을 받지 않는 대신 본선 경선 후보에게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중 가장 비싼 4억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은 예비경선 후보에게 1억원, 본선경선 후보에게 2억원을 받고 국민의당은 예비경선 후보에게 5천만원, 본선경선 후보에게 3억5천만원을 받는다.
바른정당은 예비경선 후보에게 2천만원, 본선경선 후보에게 2억원을 받는다.
당내 본경선까지 진출하면 적게는 2억2천만원에서 많게는 4억원까지 쓰는 셈이다.
일부 후보들은 기탁금으로 내는 돈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기탁금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경선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김 전 지사의 재산 신고액은 4억5천여만원으로 재산이 늘지 않았다면 김 전 지사는 당선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탁금에 거의 전 재산을 쏟아부어야 했다.
한국당 컷오프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1억원을 내고 정견발표 15분밖에 못했다. 1분에 700만원 가까이 쓴 셈이다.
예비경선에서 1분당 쓴 돈만 놓고 보면 국민의당이 제일 비싸다. 기탁금 5천만원을 내고 17일 예비경선에서 후보들이 정견을 발표한 시간은 5분이었다.
2억원∼4억원의 기탁금이 끝이 아니다. 후보뿐만 아니라 그를 따르는 '식구'들이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게 다 돈이다.
당장 캠프 사무실과 차량 임대료를 내야 한다. 여론조사를 한 번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상근자에게는 월급도 줘야 한다. 월급을 안 받는 자원봉사자에게는 식대라도 줘야 하는 등 소소하게 들어가는 돈이 많다는 이야기다.
각 후보 진영은 기탁금과 선거캠프 운영 비용 등을 더해 경선 기간에만 10억원 안팎의 돈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경선 비용으로 각각 12억원, 7억원을 썼다고 신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선주자들은 경선단계에서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이 돈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후원금 모금 이틀만인 이달 5일 7억3천만원을 모았고 안희정 충남지사 측과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별도의 대출 등이 필요하지는 않을 정도인 10억원 이상의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정권교체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본선 같은 예선' 분위기 속에서 경선을 치르다 보니 지지자들의 후원도 민주당 주자들에게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대선을 예상하지 않았던 한국당은 경선일정이 촉박하게 잡힌 탓에 후원회 계좌도 21일부터 열리게 돼서 돈을 모을 시간적 여유가 넉넉지 않았다.
대부분 주자가 후원회로 선거비용을 충당하는 가운데 김진태 의원은 선거가 있는 해에 모을 수 있는 국회의원 후원금 3억원에 대출금을 더해서 선거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아직 후원회를 만들지 않은 채 캠프 사무실 임대비용 등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인 안 전 대표가 부담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는 20일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회장으로 하는 후원회를 만들었다.
바른정당의 경우 유승민 의원은 아직 후원회를 조직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2주 전에 후원금 모금을 시작해 당에 내는 기탁금도 후원금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내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가면 후보들이 쓸 수 있는 돈은 백억 단위로 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대선의 선거비용제한액이 509억9천400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이 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이 보전된다.
득표율이 10%∼15%면 반만 돌려받을 수 있다.
본선이 시작되면 대선후보들은 대대적으로 후원회를 띄워 후원금 모금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박근혜 약속펀드'로 250억원을 모았고 문재인 후보는 '담쟁이 펀드'로 300억원을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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