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시인)

▲ 나기황(시인)

고스톱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쓰리고’니 ‘피박’이니 하며 간밤의 무용담을 자랑삼아 얘기하던 때가 있었다. 디지털시대인 요즘에도 쓰리고(?)가 화제다.
‘쓰리고(3GO)’의 주인공은 인공지능의 '알파고(Alpha GO)'와 증강현실(AR)의 포켓몬고(Pokemon Go)', 그리고 유통업계의 ‘아마존고(Amazon Go)’다.

# 알파고(Alpha GO)는 이미 알려진 대로 구글의 딥마인드 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창의와 조화’의 바둑세계에 도전해서 인류최강 이세돌을 상대로 가볍게 승리함으로써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인공지능을 알리며 ‘완고(1GO)’의 주인공이 됐다.
# ‘투고(2GO)'는 포켓몬고(Pokemon Go)의 차지가 됐다.
포겟몬고는 ‘증강현실(AR)이라는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에서 알려주는 장소에 가서 포켓몬 캐릭터를 잡는 모바일게임이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한 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기 어려운 매력이 있어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해 가고 있다.
지난 달 부산UN공원에 포켓몬고가 출몰했다는 소식에 하루 평균 500~600명이던 방문객이 네 배나 늘어나서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포켓스탑)을 얻기 위해 참배는 뒷전이고 금지된 묘역과 기념비 위까지 헤집고 다녔다는 뉴스다. 포켓몬고로 인해 사고위험도 있고 부작용도 많지만 그만큼 수익사업모델로서 잠재력이 많다는 반증이다.
# 최근에는 ’아마존고(Amazon Go)‘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쓰리고(3GO)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적인 인터넷종합쇼핑몰 아마존이 유통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계산대 없는 오프라인매장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에 있는 아마존고 앱(APP)을 찍고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고른 뒤 매장을 나서면 본인의 아마존계정에서 자동결제 되는 이른바 ‘저스트 워크아웃 테크놀로지(Just Walk Out Technology)’ 시스템을 도입했다.

알파고, 포켓몬고, 아마존고로 이어지는 쓰리고의 중심에 제4차 산업혁명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을 이끄는 핵심기술이 모두 녹아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의 융합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무인항공기, 무인자동차), 3D프린팅, 나노기술과 같은 첨단기술의 상당부분이 이미 실생활에 접목돼 있음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참 편리해졌다’거나 ‘놀랍다’거나 하는 단순한 찬탄을 넘어 ‘경이’와 ‘공포’로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인류의 미래는 생물학적 진화보다 문화적진화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한다.
‘초지능화(Hyper-Intelligent)’, ‘초연결성(Hyper-Connected)’의 디지털시대에 요구되는 덕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올바른 인성을 가진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미래학자들은 우리의 인성까지 카피하는 디지털메모리 카피시대가 올 것이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동과 감성패턴유형을 분석하고 학습함으로써 또 다른 디지털인격을 형성하는 쪽으로 전이된다는 개념이다. 지레 걱정할 일도 아니고 아예 모른 체 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바탕이 좋아야 하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이치는 디지털세계에서도 통하는 진리다.

알파고가 아무리 똑똑해진다 해도 주인을 무는 ‘개’가 돼서는 안 된다.
포켓몬고가 재미에만 빠져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는 얼치기 ‘장난감’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아마존고가 미국의 마트 평균종업원 89명을 평균6명으로 줄일 수 있다는 효과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4차 산업의 기술혁명이 ‘쓰리고’를 외친다고해서 인간이 ‘피박’을 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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