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스태빌라이저 등 인양때 절단…훼손 논란
배수·잔존유 처리 후 이르면 28일 목포 신항 이동

세월호가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 부근에 정박 중인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얹혀 수면 위로 떠올라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세월호가 침몰한지 3년(1075일) 만에 어두운 바닷속에서 반잠수선에 얹혀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라 전체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동안 사고 원인을 두고 제기된 숱한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모론에 제기됐고, 이 때문에 선체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로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인양 과정에서 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등 훼손되면서 사고원인 등을 규명하는데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세월호 선체는 지난 25일 오후 9시 15분께 좌현 방향 직각으로 드러누운 채 선체 전부를 드러냈다. 선체를 받치고 있는 반잠수선도 26일 0시 완전히 부양해 수면에 걸터앉았다.

세월호는 반잠수선 위에 누워 포획된 것 같은 모양새를 보였지만 평평한 반잠수선 갑판 위에서 수평을 맞추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색이 옅어진 파란 페인트가 칠해진 하단에는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짙고 검은 띠를 만들었다. 바닥 부분에는 좌·우현 프로펠러가 원형대로 달려있었고 두 프로펠러 사이 방향타는 우현 쪽으로 살짝 들려 있었다.

방향타는 침몰 당시 급격한 대각도 조타의 원인을 규명하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 수사, 재판 과정에서는 조타수의 실수, 기체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뱃머리 부분 바닥에는 중심에서 좌현 방향으로 갈고리에 긁힌 것처럼 길게 두 줄로 갈라진 부분도 목격됐다.

다만 바닥 부분의 큰 형체 변형이나 충돌, 파손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왼쪽으로 전도되면서 하늘을 향해 있는 우현은 바닷속에서 부식된 탓에 강한 수압의 물을 뿌려도 씻기지 않는 얼룩덜룩한 녹으로 덮였다.

침몰 당시 구조자들이 매달리듯 힘겹게 올라탔던 곳이다. 우현에서 두드러졌던 흰 돌출형 계단은 검붉게 바뀌었다.

뱃머리에 있는 ‘SEWOL’(세월)이라는 선명도, 꼬리 부분에 있는 ‘CHONGHAEJIN’(청해진)이라는 선사명도 이제는 거의 지워져 가까이 다가서야만 어렴풋하게 윤곽을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유리창이 사라진 객실에는 칸마다 유실방지망이 덕지덕지 붙었다.

3년간 해저생활과 힘겨운 인양 과정에서 선체 곳곳이 갈라지거나 이가 나가듯 깨지고 구멍 뚫렸지만 원형은 옛 모습대로였다.

사고 이후 검경합동수사본부 등 수사당국과 정부는 세월호가 선체 복원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조타수의 부적절한 조타로 무리하게 실은 화물들이 쏟아지면서 균형을 잃고 침몰한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세월호가 바닷속에 있는 동안 암초나 다른 선박에 부딪혔다거나 폭침을 당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더해 작년에는 잠수함 충돌설까지 제기됐다. 일단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에서 파손 등 외부 충격에 의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목포 신항 이동을 준비하는 세월호 주변에서는 배수와 잔존유 처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화물차가 많이 실렸던 선미 주변을 중심으로 반잠수선 갑판 바닥에는 차량 등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빨아들이는 흰 흡착포가 깔렸다.

방제선들이 세월호를 거리별로 겹겹이 둘러싸 유출된 기름의 확산을 막고 있다.

흘러나온 기름을 분산시켜 자연 증발시키려고 주변 선박들은 바닷물을 뿌려대기도 했다.

2∼4일로 예상되는 배수를 거치면 세월호는 반잠수선과 고박을 단단히 하고 오는 28일께 목포 신항을 향해 ‘마지막 항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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