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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보강천 물빛공원에서
동양에세이- 보강천 물빛공원에서
  • 김길자
  • 승인 2017.03.26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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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자 <수필가>

삼월의 꽃샘바람이 가슴으로 스며드는 밤, 보강천 물빛공원에서 시 낭송회가 열렸다. 화려한 조명으로 봄밤을 밝히는 물빛공원에는, 예쁜 색으로 치장된 풍차 옆으로 벽천 분수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간 경관을 이루는 곳이다.
봄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어도, 음악 소리. 시 한 편, 폭포수와 밤안개도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초저녁, 웅성웅성 모여드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봄맞이 하러 나온 흥겨움에 넘친다.
시 낭송은 듣는 이의 마음과 영혼을  사로잡아 뒤흔드는 마력이 있나보다. 
 미루나무 숲 물빛 공원은 전국 지역균형발전 사업 평가에서 1위이며, 우리지역 증평의 자랑스러운 명소가 되었고 삶에 지친 시민들의 휴식을 안겨주는 곳이다.
그 밤, 노래를 부르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단원들, 시 낭송으로 한껏 분위기를 잡던 시인들. 그중에 시 낭송 전문가로 유명세를 타는 우리 지역 홍 군수님 남매의 시낭송은 지금도 귓가에 아련히 맴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애련한 목소리로 낭송하던 시가 너무도 아름다워 청중의 가슴을 녹이는 듯, 가슴이 따뜻하게 여울졌다. 멋과 낭만이 별빛처럼 흐르는 밤 이였다.
‘시란 영혼의 음악이다. 보다 더욱 위대하고 다감한 영혼의 음악이다’라고 시인 볼테르는 말했다던가.
오늘밤 시와 음악이 여울진 아름다운 추억이 오래도록 간직될 것이다.
계절 따라 새로운 명소가 되는 미루나무 숲.  한 여름철이면 삼복더위를 식혀주는 휴식 처 이기도 하고, 가을이 오면 각종 행사가 열리는 곳도 이곳이다. 일 년 농사의 수고로움을 위로하는 ‘인삼골 축제’가 열리고, 각종 경기와 씨름판이 펼쳐지기도 한다. 농 특산물 축제라는 명목으로 열리는 행사는 시민들의 쌓인 피로와 묵은 시름과 마음의 찌꺼기를 털어 버리는 난장판이다.  남녀노소 놀이마당의 주인공이 되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박수치며 대중과 거리낌 없이 어우러져 한바탕 즐기는 펼쳐놓은 인생사의 굿판이다.
축제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요소일 것이다. 
봄은 사과 꽃의 입김보다 짧고, 여름은 너무 아름다워 지체할 수 없고, 낙엽 붉은  가을은 화톳불처럼 빠르다고 한다. 
일 년 사계절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행운이 찾아 올 것 같은 희망과, 혹여나 하는 생경한 마음가짐과 아련한 꿈도 꾸게 된다.
여기, 하얀 겨울이 오면 보강천 물가로 날아드는 철새 외에는 산책하는 사람 수도 눈에 띄게 드물고, 길길이 욱어진 갈대만 휘날릴 뿐 벌판이 온통 고요로운 휴식에 빠진다. 바라보면 공원 전체가 하얗게 눈으로 뒤 덮여 장관을 이룬다.
사람들로 번잡하던 나무 의자만이 따사로운 정오의 햇살아래 조는 듯 고요하다.  발자국이 뜸해진 한 겨울 보강천 공원은 수선스럽고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찬바람만이 쌩쌩 휘저으며 사라진다.
마치 옛정이 그리워 찾아오듯, 나는 모자를 눌러 쓰고 사각사각 발자국을 찍으며 양지바른 빈 의자에 앉아 본다. 정오의 햇살이 따사롭다.
무수한 사람들의 체온을 남긴 빈 의자. 인간사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묻어 있다.
인간사는 긴 강줄기와도 같다고 했다. 한 점 흰 구름 흐르는 맑은 하늘을 우러러 본다. 조금 전에 걸어온 하얀 눈 위로 찍힌 내 발자국을 돌아본다.
고르지 못하고 굴곡진 길을 지나온 내발자국. 인생 이모작이라면 후반기에 남은여생 내가 걸어야할 발자국은 어떤 모습일까?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을 볼 때는 단지 그 사람의 후반만 보라’ 하였으니, 인생후반이 가장 중요하다고 ‘채근담(採根譚)’에 이르고 있다. 시들지 않는 향기가 영원한 그런 발자국을 남길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소망해 본다.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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