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허공은 고요의 집이 아니다.

 

한겨울 지나며 울음이 더욱 견고해진 붕어

매화 가지에서 처마 밑으로 이사했다

여전히 눈을 뜨고 자고

뜬눈으로 꿈도 지으니 얼마나 버거우랴.

 

“밤새 몸에 고인 고요를 이겨

아침 공양을 올리려 하니

바람아 불어라, 바람 불어라

나는 온몸으로 소리꽃이 되리라.”

 

종일 울어도 소리로 가는 길은

금빛 은빛 황홀한 꿈길이어서

귀에 길을 내는 이마다

고요한 마음 하나씩 놓아 주고 있다.

 

나를 떠나간 떨거지들 지금

길가에 앉아 떨고 있는 거지가 되었다

살아 있어 나는 운다

푸르고 깊은 하늘바다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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