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논설위원/강동대 교수)

▲ 이동희(논설위원/강동대 교수)

이 우주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조물주(造物主)가 창조해낸 가지각색의 만물들이 어우러져 자신을 뽐내며 살아간다. 우주만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삼라만상에 영원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 영원한 진리인 듯하다. 달도 차며 기울고 꽃도 피면 지고 열매도 익으며 떨어지고 사람도 익으며 떨어진다. 요즘은 늙어간다는 말보다 익어간다는 아름다운 말을 사용한다. 대자연 속에서 숲속을 주름 잡는 것은 산신령이나 산속의 사자나 호랑이 이고 바다 물속을 주름잡는 것은 고래나 상어이고 인간세상을 주름 잡는 것은 무엇일까? 명예와 권력을 쥐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 것이 인간세상이지만... 하지만 인간세상을 주름 잡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과실이 익으면 떨어지듯 인간도 익으면 내려와야만 한다. 현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와 명예가 일찍 찾아와서 선점한 사람도... 늦게 찾아오는 대기만성형의 사람도... 세상사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나에게 부귀영화가 일찍 찾아왔다는 것은 내려가야 할 시점도 일찍 도래한다는 것이다. 사회 혹은 직장에서 일찍 진급한 사람은 행복한 삶이 나에게 일찍 찾아왔으나 내려올 날도 일찍 다가온다는 것이고 아직 잡지 못한 사람은 부귀영화(富貴榮華)가 언젠가는 그에게도 다가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찌감치 거머쥔 부귀영화는 조만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사양지심(辭讓之心)의 마음으로 맡겨진 일에 임해야 한다. 즉 된사람의 덕목은 겸양지덕(謙讓之德)을 근본으로 겸손과 사양을 미덕으로 베푸는 삶을 실천하며 된사람으로 거듭나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따라서 오늘은 세상만사 차오르는 모든 것은 조만간 비워야 한다는 의미의 끽휴시복이란 잘 익은 알찬 사자성어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끽휴시복이란 어떤 의미이며 유래는 무엇인가? 청나라 때 유명한 서예가인 판교(板橋) 정섭(鄭燮)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끽휴시복(喫虧是福)은 밑지는 것이 복이다라는 뜻으로 이익만 따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손해 보고 마음의 평화가 얻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 북송의 유학자이셨던 소강절(邵康節) 선생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다. 무엇이 화(禍)이고, 무엇이 복(福)입니까? 선생이 답하였다. 내가 남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화이고, 남이 나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복이다. 즉 끽휴시복(喫虧是福), 밑지는 것이 복이고 가득참은 손해의 조짐이고, 빈 것은 채움의 출발점이다. 내가 손해를 보면 남에게 채워지겠지만 밖으로는 사람간의 정리가 평화로워지고, 안으로는 내 마음이 평화롭고 편안하니, 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익만 좀스럽게 따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손해 보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더 좋음을 비유한다. 조선 영조 때 영의정을 지냈던 정승 조현명(趙顯命·1690~1752)의 아내가 세상을 떴다. 영문(營門)과 외방에서 부의가 답지했고. 장례가 끝난 후 집사가 물었다. 부의가 많이 들어왔으니 돈으로 바꿔 땅을 사 두시지요. 그리고 맏상주인 큰아이도 그게 좋겠다고 하였다. 조현명이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여러 아들들을 불러 앉히고, 못난 놈들! 부의로 들어온 재물로 토지를 사려 하다니, 부모의 상을 이익으로 아는 구나! 내가 명색이 정승인데 땅을 못 사 굶어 죽기야 하겠는가! 내가 죽으면 제사 지낼 놈도 없겠다라며 매를 때리고 통곡했다. 이튿날 부의로 들어온 재물을 궁한 일가와 가난한 벗들에게 고르게 나눠 주었다고 해동속소학(海東續小學)에 나온다.
  세상만사 욕심 없는 이가 어디 있을까요? 사람이 태어나 죽음을 목전에 두어야 움켜 쥐었던 주먹을 펴고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는지? 조선 후기 문신인 성대중(成大中, 1732~1809)은 성대함은 쇠퇴의 조짐이고, 복은 재앙의 바탕이다. 쇠함이 없으려거든 큰 성대함에 처하지 말고, 재앙이 없으려거든 큰 복을 구하지 말라. 떵떵거려 끝까지 다 누릴 생각 말고, 조심조심 아껴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야 그 복이 길고 달다. 그리고 재앙은 부엌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는 배고픈 개처럼 틈을 노린다고 하였다. 세상살이는 마음의 비움이 인생 최고의 승리자라는 의미이다. 허나 이런 글귀의 참 뜻은 알지만 현실이 그러하지 않은 것이 비참하고 힘들다. 그래도 힘든 세상일수록 마음속에 끽휴시복을 되새기며 살아가도록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면 내가 행복하고 나와 나의 후손에게 평온과 복이 돌아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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