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일·주중대사 지명했지만 주한대사는 소식 없어

주한 미국대사와 일본대사의 동시 공백 상황이 만 2개월을 넘기며 장기화함에 따라 북핵 위기 국면에서의 양국과의 긴밀한 공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한미국대사의 경우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일인 1월 20일 귀국한 이후 26일 현재까지 후임 대사 지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마크 내퍼 대사대리 체제가 2개월 이상 가동되고 있다.
일본은 부산 일본총영사관앞에 소녀상이 설치된데 반발하며 1월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한지 70일이 넘었다. 일본 역시 스즈키 히데오(鈴木秀生) 총괄공사가 대사 대리 역할을 맡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대사 대리 체제하에서도 미국, 일본과의 외교 협의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 17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당시 한미 외교장관 만찬이 없었던 것을 두고 양국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점을 상기하면 대사 공백이 아무런 지장도 초래하지 않고 있다고 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사상 최대 규모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양대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의 원활한 공조가 절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한 미·일대사의 공백 상황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나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리퍼트 전 대사가 재임 시절 대북 공조를 위한 백악관과의 '핫라인' 역할을 종종 맡았음을 감안하면 현 상황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테리 브랜스테드), 일본(윌리엄 해거티) 주재 대사를 이미 지명한 상황이어서 한국대사만 공석으로 두고 있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한국 과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대사 파견을 서두를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 대사의 공백 상황은 5월 9일 한국 차기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의 경우 조기에 인선이 되더라도 상원 인준 및 아그레망(신임 대사에 대해 접수국 동의를 얻는 것)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차기 대선 이전에 신임 대사가 부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본도 사유는 다르지만 주한대사의 조기 부임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부산 소녀상 문제에 대해 대사 소환이라는 초강경 대응으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본 아베 총리가 최근 극우성향 초등학교 건립과 관련한 스캔들로 취임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대사를 복귀시킬(도쿄→서울)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가 대사를 복귀시킬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가 한일 외교가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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