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원

기차는 떠난다

가만히 보면 서 있는 기차도 떠난다

돌아오는 기차도 사실은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정거장이길 원해도

우리는 정거장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쉬지 않고 떠나는 기차

어디로 가느냐 묻지 말자

바람 따라 떠나고

비를 맞으며 떠난다

꽃을 피우며 떠나고

낙엽을 태우며 떠난다

기차 속에는

우리가 남긴 언약이

사리가 되어 구르고

우리는 떠나므로 채우고

우리는 떠나므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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