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석

침대 끝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언어가 알몸으로

 

빈 컵에서 새가 날아오른다

꽃은 없고

 

꽃 그림자 속에서

누가

흘러내리는 내 몸을 마시고 있다

 

취한 밤, 마스크 쓴

여자가

하늘의 터널 속으로 흰 과일차를 몰고 간다

 

레몬은 새처럼 자고

방을 가득 채운 지름 4m의

 

노란 공(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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