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 박영자(수필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자도 많고 후보자 마다 화려한 공약을 내세우며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 한다. 공약대로 되기만 하면 좀 좋으랴.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기 보다는 국민을 실망시켰던 일이 더 많았으니 이제는 큰 기대를 걸지도 어렵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많고도 많다. 하지만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 아니겠는가. 청년들의 취업난은 심각하다 못해 벼랑 끝에 서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방황과 상실감은 도를 넘어 사회를 비관한다. 수없이 써대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셀 수도 없이 이어지지만 취업의 문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우니 안타가운 일이다.
  이웃에 사는 김여사가 집에 들렀다. 며칠 못 본 새 그의 얼굴은 수척해있었고 한 숨은 더 깊어졌다. 노량진 고시촌에 가 있는 아들 걱정에 잠이 안 오고 밥맛이 없다고 했다. 명랑 쾌활하고 긍정적이던 그녀의 모습은 간데없다.
  김여사는 공무원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직장 생활을 접고 가정주부로 충실하게 살았다. 아들 하나만 낳아 기르며 별 걱정 없이 사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근검절약하고 알뜰하여 세 식구 살림을 꾸리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지극정성으로 키운 아들은 건강하고 성실했으며 학업에 매진하여 대학을 졸업했고, 군대도 다녀왔으니 이제 취업만을 목표로 몇 년째 대학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하지만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은 가슴이 아리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아들은 고심 끝에 공무원 시험을 목표로 서울 고시촌으로 간 것이 이제 한 달 남짓하다. 경쟁률 46.5대 1의 높은 장벽을 뚫어야 할 아들을 객지로 보낸 어미는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고 자식 걱정에 피가 마르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김 여사만의 일이겠는가. 대한민국의 자식 갖은  모든 어머니들의 공통된 걱정이요,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모든 부모들의 염원인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가 점점 심각하다. 바늘구멍의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가 54만명(2월 통계청)이나 되는데 여기에 더해 아예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있는 청년 인구가 36만 명을 넘어섰다니 결국 취업을 못하거나 안하는 청년이 90만명을 넘어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을 포기한 ‘5포 세대’ 가 되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또 이것은 사회문제로 비화하여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학비를 대출받아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으니 빚에 시달리다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런 현실은 ‘헬조선(hell朝鮮)’ 이라는 야유 섞인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뿐인가 ‘금수저’
‘흙수저’라는 수저계급론이 등장하는가하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삼일절(31세가 되면 절망)’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같은 뼈아픈 말들이 생겨나고 직장을 찾지 못한 청년들은 절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이 청년실업의 난제를 풀어야 할 텐데 별 묘안이 없으니 답답하고 난감한 일이다.
  “2020년이면 AI(인공지능)가 일자리 500만 개를 대신 할 것이며 현재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 는 연구 결과는 지금 있는 일자리의 상당수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고이니 지금 있는 일자리마저 빼앗겨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작년 12월 IT 기업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무인(無人) 대형마트 ‘아마존 고’ 첫 매장을 선보였는데 이곳에는 점원도, 계산원도 없다. 소비자는 그저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통해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친 뒤 물건을 구매해서 매장을 나가면 그만이다. 구매한 상품은 컴퓨터 센서 등을 통해 자동 기록되고, 나중에 고객이 미리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로 결제된단다. 단순 노동직은 물론 중간관리자도 없어질 전망이라니 일자리 찾기는 더욱 어렵게 생겼다.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엊그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취업난 때문에 졸업을 유예하고 대학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이들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하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일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고 먹고 살 수 있는 취업 문제를 해결해 줄 대선 후보는 누구인가.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청년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그런 나라이길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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