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 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참 공교롭다. 인양요구를 그토록 외면하던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고 나오던 날, 세월호는 인양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언론의 관심은 세월호로 기울었고 검찰 조사를 받고 청사를 빠져 나오는 박 전 대통령 관련 뉴스는 뒷전으로 밀렸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찜찜하다. 우리는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대형사고를 터뜨려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 했던 추한 기억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세월호 갖고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정반대의 해석을 한 대전주자가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최근 한국당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세월호가 떠올랐다. 좌파들이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한 게 3년이 넘었다. 이제 대선에 이용하기 위해서 묘하게 이 시점에 떠올랐다”며 “이것도 보름 정도 갈 것”이라고 했다.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됐다. 아무리 아전인수라고 하지만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말 다했다. 세월호 사건을 깔아 뭉개고 유족들을 울리던 친박 정치인들은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린 상처 투성이의 세월호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도 세월호를 보고 교통사고니, 유족들을 향해 시체장사니, 비겁한 거지근성이라고 또 떠들 수 있을까. 심지어 보수단체 회원들은 단식농성을 벌이던 유족 앞에서 “누가 배 타고 놀러 가라고 했냐”라며 막말을 했고 이른바 ‘폭식투쟁’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민들은 묻는다. 이틀이면 가능한 인양작업에 왜 3년씩이나 걸렸느냐고. 눈물조차 말라버린 미수습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면 이 물음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
정부와 한통속이 돼 세월호 인양작업을 방해한 구여권과 보수층의 행태도 문제지만 조기 인양의 가장 큰 훼방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3년을 미적거린 정부가 탄핵 5시간만에 인양을 전격 결정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말에 답이 있다.
세월호는 끝내 박근혜에게 무덤이 됐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은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 간 단초를 제공했다. 박 전대통령은 그날 오전 10시 최초 보고를 받았다지만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알려진 사실이 없다. 오죽하면 헌재 탄핵심판에서 이진성 재판관이 “오전 9시 조금 지난후부터 TV에서 보도했는데 방송을 못봤느냐”고 질타했을까.
국민들을 맥 빠지게 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그날 오후 5시15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한 말이다. 그 시간 세월호는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뒤였다. 그런데 한다는 말이 겨우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든가”라고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질문을 했다. 이 장면은 최순실이 꼭 곁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물색도, 개념도 없이 던진 이 한마디는 그의 지적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도 남았다. 반박에도 불구하고 굿판, 프로포폴, 성형시술 등 여러 의혹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월호가 인양됐으니 이젠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조사 등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불행한 사건이다. 수학여행을 가던  꽃다운 고등학생들이 이유도 모른채 차가운 바다 속에서, 그것도 전국에 생중계되며 숨지도록 방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처벌받은 공무원은 해경 123정장이 유일하다. 말단 직원 한명이 그 엄청난 사건의 책임을 지고 독박을 쓴 것이다.
국정농단의 공범인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동안 정상출근도 안했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이들 희생자에게 가해진 너무나도 가혹한 2차 공격과 가해다. 박 전 대통령은 피해자 가족을 적대시하도록 부채질했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메모에선 청와대가 그 중심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당 일부 정치인들은 막말을 일삼았고 일부 언론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동시에 그들을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세월호 어둠이 점차 물러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는 별개로 2차 가해의 진상도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 그래야 가공할 세력에게 당한 억울함을 풀어주고 제2, 3의 가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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