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그렇게 뚝 뚝

붉은 울음으로 한숨으로

함부로 고개 꺾는 통곡인 줄 알았으나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심장이 멎는 것

간밤 지독했던 영혼의 신열 지상에 뿌리며

골똘했던 스스로를 기꺼이 참수하여

한 생애 온전히 투신하는 것이다

그리 뜨겁지 못했던 날들의 치욕

더 단단해야 했던 시간의 꽃술 씁쓸할 뿐이어서

간신히 머금고 있던 노란 숨 놓으며

이승의 마지막 꽃잎까지 불을 놓아

까맣게 태우고 싶은 것이다

무너지고 싶은 것이다 무참히

캄캄한 생애 건너고 싶은 것이다

 

오래 익힌 화농(花膿) 깊숙이 묻으며

어쩌면 저 붉은 물 스며들어

환한 하늘뿌리에 홀연히 닿을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