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발견된 ‘돼지뼈’를 미수습자 유골로 오판해 섣불리 발표하면서 또한번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9명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기대와 실망감이 교차하면서 또다시 오열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 정부에 실망감이 큰 국민들은 사전 확인도 없이 성급히 발표해 스스로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해양수산부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 때문에 또다시 실망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미수습자 중 6명의 유골이 확인된 것으로 알고 적잖은 기대를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국립과학수사원은 지난 28일 오후 8시께 세월호가 실린 반잠수식 선박에서 유골 수습과 현장조사를 벌인 뒤 유전자감식(DNA) 결과 사람의 뼈가 아닌 동물뼈로 최종 확인했다.
이를 놓고 해수부는 물론 유해전문가들이 동물뼈와 사람뼈도 구분 못한다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아야 했다. 해수부는 이날 오후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같은날 오전 11시 20분께 세월호가 올려진 반잠수선 갑판에서 4~18㎝가량의 뼛조각이 6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발견된 장소는 세월호 뱃머리 특히 배를 운전하는 조타실 아래 갑판으로 리프팅빔을 받치고 있는 반목 주변에 끼어 있었고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서 배안에 펄과 함께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장에 급파됐던 국과수 광주연구소 연구원 6명은 선상에서 유골을 보자마자 점조직으로 봤을 때 사람의 유골과는 상이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해수부 유해전문가들은 ‘돼지뼈’와 ‘사람뼈’도 구분 못하고 미수습자 유골로 오판해 한바탕 소동을 빚은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식당 식재료로 쓰다 남은 돼지뼈로 추정된다고 수습에 나섰다.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고, 국과수의 현장검증 결과가 나오기까지 4시간여 동안 우왕좌왕 하면서 언론사들의 오보를 불러일으켜 또다시 유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꼴이 됐다.
물론 해수부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유족들이하루빨리 귀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난 3년여 간을 기다려왔는데 너무 시간을 끌다가 발표를 하면 비판을 받지 않을까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확인은 거쳤어야 했다. 성급함이 오히려 유족들의 마음에 예기치 않은 상처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형국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어찌했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앞으로 세월호 선체에 구멍을 뚫고 물을 빼는 과정에서 물의 흐름에 따라 유골이나 유류품도 흘러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유해 유실을 최소화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해조류의 흐름에 따라 미수습자의 유해가 유실됐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해수부 유해수습단은 안전망이 있어 그런 일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해수부는 유족들이 우려감 속에 지켜보며 ‘차라리 이번에 발견된 돼지뼈가 유골이었으면’ 하고 말한 이유를 뼛속깊이 새겨 9명의 미수습자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미수습자 수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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