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조사법, '수습 주도권 보장' 원안서 축소돼 통과

(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공식 출범했지만 미수습자 가족과의 첫 면담이 파행을 겪는 등 초반부터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미수습자 가족은 선체조사위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법률상 선체조사위의 권한과 업무가 제한적인 탓에 오히려 실망만 안게 됐다.

선체조사위는 출범 첫날인 지난 29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들과 만났다.

그러나 미수습자 수습에 관한 선체조사위의 역할을 놓고 가족들과 선체조사위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면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가족들은 이 과정에서 크게 반발하며 오열하고 실신하기도 했다.

가족들이 제안한 '합의안'에서 선체조사위가 난색을 표명한 부분은 ▲ 미수습자 수습방식 결정 전 사전 합의 ▲ 4월 5일까지 수습 방법 제시 ▲ 목포신항 육상거치 완료 시 모든 방법 동원 즉각 수습 돌입 등이다.

선체조사위는 이 내용이 국회에서 만든 권한을 벗어났다면서 ▲ 수습방식에 관해 4월 5일까지 '협의' ▲ 목포신항 육상거치 완료 시 수습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점검' 등으로 수정하려 했으나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양측이 이견을 드러낸 것은 선체조사위의 권한과 업무를 규정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선체조사법)의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선체조사법에 따르면 선체조사위의 업무는 ▲ 인양돼 육상 거치된 세월호 선체조사 ▲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 대한 지도·점검 ▲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과정에 대한 점검 ▲ 조사가 끝난 세월호 선체 처리(보존 검토를 포함)에 관한 의견표명 ▲ 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칙의 제정·개정에 관한 사항 ▲ 그 밖에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조사와 관련해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항으로 규정돼있다.

선체 조사는 선체조사위원회가 직접 할 수 있으나 인양 과정과 미수습자 수습 및 유류품 수습 과정은 직접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도·점검'하는 데 그친다.

선체조사위가 미수습자 수습방식이나 시점을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미수습자 가족 측 판단과 달리 법률상 여전히 해양수산부가 주도권을 쥐고, 선체조사위는 감시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 선체조사법은 원안보다 선체조사위의 권한과 업무가 대폭 축소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등이 발의했던 원안은 선체조사위에 선체 인양 과정에 대한 감독 권한과 미수습자 수습 권한을 부여했다. 원안대로라면 미수습자 수습 자체를 선체조사위가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여야 합의를 거치면서 인양 과정에 대한 '지도·점검', 미수습자 수습과정에 대한 '점검'으로 각각 바뀌었다.

전날 면담 파행 뒤 가족 측은 선체조사위가 선체조사법 규정을 소극적으로만 해석한다며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 원칙으로 보장하지 않는 선체조사위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가족들께 송구하고 죄송하다"면서도 "가족들의 제안은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을 저희에게 받아들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체조사위는 일단 4월 5일까지 미수습자 가족과 수습방식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가족 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과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체조사위가 인양 과정이나 미수습자 수습을 주도하고 직접 결정할 경우 선체조사법상 권한을 벗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법에만 연연하지 말고 별도로 해수부와 협의해 가족 측과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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