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 반영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대통령탄핵과 구속, 세월호 인양, 사드배치, 대통령선거로 매일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그러나 아직도 각종 매스컴을 통해 난립하는 이슈들이 우격다짐과 소통부재로 동맥경화에 아파하고 있다. 우격다짐이란 “억지로 우겨서 남을 굴복시킴. 또는 그런 행위”를 말한다. 요즈음 주변을 둘러보면 우격다짐이 판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국회, 정당, 지자체, 사회단체, TV토론, 신문사설, SNS에 이르기까지 우격다짐이 장마철 먹구름처럼 번지고 있다. 거기다가 각종 회식자리, 애경사, 가족모임에서까지 각종 이슈에 대한 의견충돌로 아수라장이 되는 일이 늘어난다. 심지어는 부모자식, 직장동료, 이웃, 친구지간에도 각종 이슈에 대한 우격다짐으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왜 이렇게 정치 경제평론가가 많은지 아이러니 하다. 말없는 다수는 말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조용히 말하고, 품격있게 말하고, 조리있게 말하면 씨가 안 먹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오히려 언어폭력에 몰매를 맞아 만신창이가 되거나 개망신 당하기 십상이다.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관용과 배려를 몸에 익히지 않고 생활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요즈음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에 소통이 안 되어 극과 극으로 갈라지는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 왜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세태가 지속되는 것일까? 또 한 원인은 의사소통의 기본을 너무 무시하고 살아온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소통(疏通)이란 사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함을 말한다. 의사소통은 감정, 태도, 사실, 신념, 생각 등을 전달하는 대화의 과정이다. 말이나 언어가 의사소통의 일차적인 수단이지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비언어적 의사 소통수단으로 얼굴표정, 침묵, 몸짓, 문자, 기호 등 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사소통의 으뜸이 되는 수단은 언어이다. 자신의 생각,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쓰이는 말(言)은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면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고, 상대방에게 존댓말을 써서 뺨 맞는 일 없다. 말 잘해서 손해 보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은, 말을 함부로 하거나 잘못 말해 숱한 갈등 사례를 초래한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지만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고,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고 했다. 말을 잘못하여 입게 되는 피해는 단순한 불이익을 넘어 말한 자의 신세를 망치거나 그 가족 또는 소속 조직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짧은 세 치 혀가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한 일까지 벌어진 역사가 숱하게 많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고 했다. 입으로 나온다고 해서 다 말이 아니고, 아껴서 좋은 것은 비단 돈 만이 아니라 무심코 내뱉는 나쁜 말일 것이다. 나쁜 말은 입술에서 1초도 머물지 못하지만 상대방 가슴에는 비수가 되어 평생  머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명심할 것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바른말을 보석처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바른말이 외면되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올바른 말은 상대방이 경청하지 않고 외면할지라도 언젠가는 상대방의 양심에 감동감화를 주는 작은 불씨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귀는 둘이고 입은 하나다. 절묘한 비율이 아닌가! 경청의 전제 없이 하는 모든 말은 비판이든 칭찬이든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하였다.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세치 혀의 무덤’을 하나씩 팔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선 관용과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 관용이 없는 사람은 변화나 차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아량을 베풀 수가 없다. 관용은 타인들이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관용은 타인의 과오나 잘못에 대해서도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 수 있다. 현대사회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을 갖는 사람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다원주의 사회이다. 관용과 배려는 현대사회의 공존의 윤리이자 주요한 덕목이다. 허준이 쓴 동의보감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아니하고 통하지 아니하면 아프다고 했다. 우리는 탄생과 성장과정이 서로 다른 만큼, 그리고 능력과 소질이 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에 생각이나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인 까닭에 인간의 어떠한 부분만 실현할 수 있을 뿐이다.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함으로써 서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상호보완의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각기 저마다의 악기로 다른 소리를 냄으로써 환상적인 인간 오케스트라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상기할 때이다. 요즈음 경제도 어렵고 사회적 갈등도 심하며, 웃을 일 없는 이 현실! 누구를 막론하고 절실히 소통과 화합을 위하여 각고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고 어떤 정부가 출범하든지간에 88올림픽과 2002월드컵 때처럼 온가족이, 온 마을이, 온 나라가 세대간, 남녀간, 지역간, 계층간 화기애애한 소통으로 화합의 꽃을 활짝 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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