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전시립미술관 전시 다채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서은애 작가의 설치작품.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충청지역을 대표하는 청주시립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은 다채로운 전시로 관람객들을 만난다. 청주시립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으로 공간의 특성에 따라 변화되는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그림 없는 미술관’을, 대전시립미술관은 어린이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심어주기 위한 어린이미술기획전 ‘마이너스 영’전을 진행하고 있다. 따스한 봄날, 야외 활동이 여의치 않다면 온 가족이 미술관 나들이를 하는 것도 좋겠다.

 

●청주시립미술관 공간 활용 전시 ‘그림 없는 미술관’

7월 2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사진있음>

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그림 없는 미술관’이 오는 7월 2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전통적인 미술 장르인 회화나 조각의 분야가 아닌 설치미술(Installation Art) 작품들이 주로 전시된다.

설치미술은 특정한 장소를 고려해 제작한 작품과 공간이 총체적인 하나의 환경을 이루어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미술 장르다. 회화나 조각처럼 이미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기보다는 공간의 특성에 따라 변화되는 작품으로 김남훈, 김지혜, 김형관, 복기형, 서은애, 손동락, 전윤정, 정승운, 이선희, 이자연, 이중근, 최제헌씨가 작품을 선보인다.

청주시립미술관은 1970년대 후반에 지어진 옛 KBS 건물을 리모델링한 건물로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만의 공간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 장점으로 탈바꿈시킨 작품들을 전시한다.

리모델링된 청주시립미술관의 너무 높거나 낮은 전시실 천정고, 시선을 가로막는 열주(列柱) 등의 특성은 일반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데 있어서는 큰 단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이러한 건축적 특성을 작품의 일부로 수용하여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가장 크고 높은, 백평 가량의 전시실에는 정승운 작가의 작품이 있다. 정승운의 ‘작품이 있다’고 했지만, 실상 전시실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정승운의 ‘공제선-붉은섬’은 텅 비어있는 공간 자체가 작품이다.

관객은 입구의 암막커튼을 걷고 들어서면 어둠만을 보게 될 것이고,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솟아오른 듯한 바닥과 공간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붉은 빛으로 인해 전혀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정승운의 공간설치작품은 미술관의 가장 거대한 공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감각의 최대치를 이끌어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 사무공간을 그대로 리모델링한 탓에 천정고가 낮고 기둥이 많은 공간적 특성을 적극 활용한 작가는 최제헌이다. 최제헌의 시선으로 인해 늘 작품을 바라보는데 방해요소로 여겨졌던 기둥은 작품이 기대거나 숨는 장소가 됐다. 최제헌의 작품은 공간과 작품의 관계를 다시 조직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관객과 작품의 관계도 재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는 사진 찍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들에게 사진 찍을 것을 허용한다.

대개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해체될 작품들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인한 훼손의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작품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감상의 지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녀야 하는 전시의 특성으로 인해 동선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제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림 없는 미술관’전은 관객에게 마음을 움직이는 전시 작품 앞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미술과 일상의 거리감을 최대한 줄인다.

 

●어린이미술기획전 ‘마이너스 영’전

6월 11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5전시실

 

대전시립미술관은 어린이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심어주기 위한 어린이미술기획전 ‘마이너스 영’전을 오는 6월 1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들이 작품 감상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구성된다.

특히 전시초대작가인 오완석 작가는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는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상상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설치작품과 회화를 선보인다.

또 ‘2017 FIFA U-20 월드컵’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와 김선명 메이커의 협력으로 미술관 야외 공간에 축구공 형태의 반구 모양의 돔 구조물을 설치해 어린이 관람객들이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전시 ‘마이너스 영’은 우리의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보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어린이들은 모듈을 이용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스로 생각해보고 작가와 다른 형태의 모듈 입체물을 만들어 보며 비워진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발견해 볼 수 있다.

‘마이너스 영’은 작가가 지속해온 작업들과 새로 선보이는 신작을 비롯해 어린이미술기획전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체험설치물들로 구성된다.

작품은 ‘평면’과 ‘설치’로 살펴볼 수 있다.

평면은 우리 눈의 착시 효과를 이용한 작업으로 특수유리위에 그려진 도형을 뒤집어서 액자를 보게 되면 또 다른 형상의 입체적인 도형으로 다가오면 눈으로 보는 것과 그 이면의 관계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설치는 자작나무 조각으로 구성된 작업으로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면, 단단하고 치밀한 자작나무의 특별한 향기보다 숲속의 이슬을 머금고 있는 듯 그윽하고 고요한 숲의 향기를 담고 있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오완석 작가는 2012년 충남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2013년 카페 안도르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하고 2014년 하정웅 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주위에 오브제를 이용하거나, 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소소한 행동들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경계와 ‘일순간 변화하는 인식’을 구조물을 통해 ‘존재의 있고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설치,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관람객들이 전시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작업하고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