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권 도전이 막을 내렸다. 안 지사의 도전은 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는 한국정치에 큰 상상력을 불어 넣으면서 국민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정치적 득실을 따져 대중에게 아부하지 않고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점은 퍽 인상적이었다.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당당했고 평소 설파했던 정치적 신념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기존 진보 진형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연정에 대한 정치적 확신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한국정치의 새로운 전망과 비전을 가능케 한 점도 훌륭했다.

그런 그가 다시 충남지사로 돌아왔다.

안 지사는 5일 충남도청 기자실을 찾아 “국민이 원하는 정권 교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당원이자 경쟁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모든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원으로서 책임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대선 후보 2위를 기록한 당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승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다르다. 분명한 ‘맺고 끊음’은 큰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210만 도민의 책임자라는 현실 직책이 있는 안 지사에게는 더욱 그렇다. 전국을 누비던 3개월을 털어내야 한다. 그 기간, 충남도민은 말없이 지켜봐 줬다. 도정이 중단되는 불편도 참고 견뎌줬다. 도백을 향한 도민의 애정이었다. 이제 모두 끝났다. 도민에게 받은 애정을 도지사가 돌려줘야 할 차례다. 그 방법이 충실한 도정 복귀다.

지금 그의 책상에 다양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정권 교체’가 당에 대한 그의 책임이라면 ‘도정 복귀’는 도민에 대한 그의 책임 아니겠는가. 경선은 끝났고, 그는 다시 충남지사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두 배로 뛸 각오를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안 지사는 이날 “도민과 약속한 도지사로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지사가 그동안 멋있는 캐치프레이즈로 미래를 선도하려 했다면, 이제는 민생현안이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도지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안 지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충남도민의 민생에 집중하는 도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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