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 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산수유가 노랗게 물들고 양지바른 곳에 서있는 백목련의 우유 빛 꽃봉오리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주말 내린 작은 봄비에 새싹과 봄꽃들이 생기를 더해가는 듯하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다가, 4월을 맞아 마음먹고 산책길에 나섰다. 공원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가족단위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섞여 어디선가 기계음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소리의 진원지는 엄마 아빠가 나란히 밀고 가는 아기 유모차 앞에 설치된 스마트 폰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2살 정도 되었을까? 아기는 신선한 바람을 맞아가며 주위의 많은 사람과 경치를 살피는데 여념이 없고, 스마트 폰의 애니메이션 만화 주인공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아기가 비록 집중을 하지 않더라도 젊은 부모들은 그저 영어를 들려주고 영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주변 사람과 자신의 아기에 주는 또 다른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듯 보이는 한 커플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면서 각자의 휴대폰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 시간동안 서로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휴대폰의 기능을 잘 활용하면 교육에도 편리함을 배가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강의 시간에도 시시각각 전화, 문자, 카카오 톡의 수신을 알리는 소리와 큰 진동음은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방해꾼이 된다. 강의에 흥미가 없는 학생은 아예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수업시간에 더욱 그렇다.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여 스스로 그만두기를 기다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의 시간 내내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과가 끝난 시간이나 주말에도 언제나 연락이 가능한 휴대폰 때문에 휴식시간을 침해 받기도 한다. 본인이 필요할 때는 새벽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시로 문자를 보내 수면을 방해받는다고 불평하는 친구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현상은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승객이 스마트 폰을 들여다본다. 길을 걷거나 스포츠 활동을 할 때, 심지어는 운전을 하면서도 스마트 폰을 사용하다 사고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현대 생활에서의 긍정적 활용 이면에 스마트 폰의 노예가 되는 중독의 심각성이 벌써부터 지적되어 왔다. 장시간 사용으로 거북목이 되기도 하고, 손목에도 무리가 되어 신체적 건강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 폰 사용을 조절하지 못하여 다른 심리적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중독현상은 정신건강의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일상생활 장애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걷는 모습이 마치 좀비와 같다하여 스마트 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스몸비(Smombi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바닥만 보고 걷다가 주변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대처능력도 떨어져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자신이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아져 새로운 안전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거리를 걸으면서 스마트 폰으로 통신을 하다가 다른 사람의 어깨를 부딪치거나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등산이나 여행 중 사진촬영을 하다가 실족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보험사의 사고보상 통계에 의하면 스마트 폰 때문에 발생한 교통사고가 5년 만에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은 스마트 폰을 보면서 걷지 말라는 경고를 강화하고 있고, 스웨덴에서는 스마트 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교통안전 표지판이 설치되었다는 것을 눈여겨 볼 일이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스마트 폰이 필요할 때 안전한 장소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지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