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안 보수 코스프레, 문 통합 코스프레"…검증 공세 예고

범보수 진영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상승세에 바짝 긴장했다.
안 후보가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의 지지까지 흡수하며 '문재인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경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때리는 데 집중했던 범보수 진영은 다급하게 안 후보에게도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지금 민주당 본부 중대, 2중대와 대선 경쟁을 하고 있다"고 국민의당을 '민주당 2중대'로 규정하며 "민주당 2중대가 보수 우파 행세를 하는 것은 자기 정체 숨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는 최근 안 후보를 '얼치기 중도'에서 '얼치기 좌파'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얼치기'라는 표현으로 안 후보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안철수는 중도가 아닌 좌파 후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다.
정우택 비상대책위원장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안 후보의 분명한 정치적 가치관이나 그가 제시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무엇인지, 군소 정당이자 '호남당'의 39석으로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할지, 그가 내세운 게 반문(반 문재인)과 허망한 미사여구 외에 뭐가 있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후보가 '통합 코스프레'를 한다면, 안 후보는 '보수 코스프레'를 한다"며 "한국당은 그의 정체성과 안보관, 역사관, 그리고 '신화'로까지 불리지만 수많은 의혹도 제기된 과거 기업 활동도 구체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별렀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수정당이 아니고, 민주당에서 뛰쳐나온, 민주당의 2중대 비슷한 정당"이라며 국민의당과 안 후보는 '진짜 보수'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바른정당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후보 단일화 상대로도 거론됐지만, 유 후보는 국민의당이나 안 후보와 확실한 거리를 두며 단일화에 선을 그은 것이다. '유승민 자강론'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바른정당은 대선 대진표가 5자 구도로 확정된 만큼, 앞으로 당의 정체성을 선명히 하고 안 후보를 비롯한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 측은 방송 토론회 등 공개적인 대결 자리에서 안 후보의 정책을 철저히 따지다 보면 자신이 '진짜 보수'이자 '새로운 대안'으로 유권자들에게 각인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우리 메시지의 중심은 자강론에 있다"며 "우리 색깔과 정체성을 분명히 해서 지지율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자강론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일단 안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는 안보관과 대북관이다. 국민의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당론으로 반대하는 점, 박지원 대표가 '대북 송금' 사건 당시 '김대중정부' 실세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점을 파고들어 안 후보를 '안보 불안 후보'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두 당이 안 후보에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문 후보의 당선에 반대하는 보수층마저 홍 후보나 유 후보보다 당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안 후보 지지로 쏠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안 후보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진영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인식돼 온 고령층과 대구·경북(TK)에서 홍 후보와 유 후보를 앞서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