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충북학연구소장)

▲ 김규원(충북학연구소장)

내가 아는 50대 교사 한 분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한자 공부를 하라고 말 한다고 한다. 낯선 아저씨가 말을 거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부하라고 하니 학생들은 대부분 기겁을 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꼰대질의 전형(typical)뿐만 아니라 버스 등에서 자리 양보를 안 한다고 눈을 홀기는 행위, 직장이나 모임에서 시니어, 어른 등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연하 혹은 지위가 낮은 사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으려는 행위, 내가 옛날에 다해봤다는 식의 표현, 열대 국가에서 있은 전투에 스키부대로 참전했다는 과장된 표현 등은 물론 정치적인 태도나 식견 등에서 타인의 입장을 존중하기 보다 마이크를 독점하는 것도 꼰대질에 해당된다.

꼰대질의 시작은 무엇일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새로운 변화나 자극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신호로 인식하는 특성이 있다고 진화생물학자들은 설명한다.  신체적인 조건이 가능할 경우, 이러한 자극이나 변화를 회피할 수 있는 장소로 옮기지만 여건이 안되거나 혹은 기존의 장소에 머무는 것이 비용편익 분석에서 1에 가까울 경우, 이동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즉 한 장소에서 오래도록 머물 경우 그 장소의 특성에 익숙해지고 이른바 기득권이라는 것을 확보할 수 있어 농경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종이나 추수 등을 근간으로 하여)지혜로움의 탄생과 확장이 가능해 지는 것 같다. 그러나 제4차산업혁명이 본격화되려는 이 시점 즉 네트워크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들의 뇌와 팔다리를 대신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는 예전의 지식과 정보보다는 새로운 것들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해서 오래 된 지식과 경험이 溫故而知新이 아닌, 쓸데없는 경험과 지식으로 치부될 수 있다. 내가 평생 동안 추구하고 갈고 닦아온 지식과 정보, 경험과 인맥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심리적인 불편함(유기불안과 유사한)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때로는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혹은 이러한 변화를 나보다 더 잘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공격성 혹은 폭력적인 형태로 드러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이 개인적으로 추정한 꼰대질의 발생과 기원이다.
문제는 예전에 편한 친구들끼리 은밀하게 교사나 아버지를 칭하던 표현인 꼰대가 이제는 특정 연령대 이상을 칭하게 되었으며 아울러 불편함을 드러내는 행위 전체를 지칭하는 모양새 즉 혐오스러움과 연동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1954년생 임에도 우리네 정치지도자들 중 비슷한 나이 분들보다 훨씬 주름살이 많은 것이 피부과학이 독일이 우리보다 못해서 그럴까? 그렇지만 한국의 경우 남성용 화장품이 셀 수가 없으며 아울러 각종 홈페이지 개인 사진은 2,30년전 젊은 시절의 사진만을 게재하며, 여권사진은 과도한 뽀샵으로 다른 나라에 입국할 때 이민국 관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등의 행위는 무엇일까. 현실에서 몸을 젊게 하고 싶은 만큼 마음은 철없어 지는 것은 아닐까. 해서 長幼有序란 단순히 위계(hierarchy)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생기는 것이며 아울러 높은 사람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랫사람이 자발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존중해주는 것임을 예비꼰대들은 알까 모를까. 아무튼 꼰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가는 세월 그 누가가 잡을 수가 있나 일까 아니면 너도 늙어봐라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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