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중원대교수)

▲ 이상주(중원대교수)

   4월 5일 식목일이 지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목일이 되면 공공기관과 기업체에서는 대대적인 행사를 하고 나무를 심었다. 2006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나무는 대개 땔감과 건축자재 등 실용적으로 쓰기 위해 심고 가꾸었다. 한 예로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시집갈 때 오동나무로 농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이다. 이렇듯 선조들은 나무를 심으면서 자신과 후손의 미래를 함께 심었다.
  한편 상징적 심리적 최면적 의미를 담아서 심었다. 첫째, 지금 성균관대학교 명륜당 앞에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성균관대학교를 상징한다. 성균관 대사성 윤탁(尹倬 1472~1534)이 심었다 한다. 공자(孔子)가 사수(泗水)에서 은행나무가 있는 ‘행단(杏亶)’에서 제자들에게 강학했다 한다. 윤탁은 은행나무가 교육기관을 상징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둘째, 충북 영동군 상촌면 남지언(南知言)의 삼괴당(三槐堂) 주변에 느티나무가 있다. 지금 충북 괴산군에는 마을 입구에 느티나무가 많다. 군(郡)의 이름에 느티나무 괴(槐)를 사용한 군은 전국에서 괴산군이 유일하다. 신라시대 괴양군(槐壤郡), 고려시대 괴주군(槐州郡), 조선시대 괴산군이라 한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자생 느티나무가 많았던 것 같다. 어느 시기 오늘날 군수에 해당하는 괴산군의 기관장이 느티나무를 괴산군의 상징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마을마다 많이 심으라고 권장했을 수도 있다. 혹 무속역술학자가 풍요 다산 무병 장수를 빌며 마을 입구에 액막이용으로 심으라고 권고했을 수 있다. 이것이 각 마을로 확산됐을 수 있다. 허(虛)한 곳을 채워주는 비보(裨補)로 심기도 했다. 괴산군 문광면 전법 동쪽의 느티나무와 괴산군 사리면 화산리 도촌 서낭당 비탈진 언덕의 느티나무가 그것이다. 또 느티나무의 그늘이 좋아 정자나무용으로도 심었다.
 셋째, 이해종은 지금 괴산군 문광면 유평리에 매죽정을 지었다. 그리고 대나무와 매화나무를 심었다. 매죽은 사군자에 속한다. 매화나무와 대나무의 절개를 닮아가라고 장기 최면을 걸은 것이다. 이해종은 현존 최고의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을 지은 이문건의 4대손이다.
  넷째, 괴산군 사리면 모래재에 사방공사를 할 때 소나무를 심었다. 사방공사에 공이 많은 김용배의 공을 기리기 위해 1940년 “사방주임 김용배기념비”을 세웠다. 용정저수지 옆 도로가에 있었는데 2011년 전후 누군가 옮겨갔다. 사리면의 역사를 옮겨 간 것이다. 이 비석은 지금 청주시 미원면 미동산수목원 진열장 안에 보존 전시돼 있다. 그 모습을 찍은 사진을 2016년 사리면에 거주하는 우구원이 휴대전화로 보내주었다. 사리면에 사는 송요일이 찍었다. 이 비석은 무조건 사리면 사담리로 반환하기 바란다.
 다섯째, 필자 고향집 뒤안 언덕아래 고목이 된 감나무와 배나무가 있다. 감과 배는 대추 밤과 더불어 제사지낼 때 필수적으로 올리는 과일이다. 조상님께 제사를 잘 지내고 숭조심을 고양하라는 뜻을 심은 것이다. 배는 씨가 6개라 육조판서, 감은 씨가 8개라 팔도관찰사를 의미한다. 나무와 과일을 보며 그 담긴 의미를 망각하지 말라고 최면을 걸어놓은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71년 선친을 따라 약 100그루 정도의 감나무 접을 붙였다. 1974년엔 선친께서 고향집 뒷산에 두충나무를 심어 지금 우리집은 두충나무집이 됐다.
 여섯째, 괴산군 문광면 원터마을부터 사리면 시동 모래재 정상까지 약 20리구간(사리면 모래재로)에 사는 주민들이 산수유거리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리하여 2014년 임각수괴산군수 재임당시 괴산군의 예산을 지원받아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머지않아 봄에는 노란 산수유꽃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열매가 사람들을 초대할 것이다.
  관자(管子)는 권수(權修)에서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樹人)”이라 했다. 나무에 자신과 가문의 미래와 야망을 심어라.  그리고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한 정열을 심어라. 홍익인간의 이념을 심어라. 나무 심을 땅이 없음을 한탄하지 마라. 화분에라도 심어라. 마음에라도 심어라. 글에다 심어라. 먼 후일 그 나무의 꽃과 열매는 여러분 후손의 얼굴에 꽃을 피울 것이다. 그대의 가문이 나무처럼 장구한 세월 융성하게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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