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무영문학상 수상작 이수경의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이수경씨의 소설집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가 18회 무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이 소설가가 등단 18년만에 내놓은 첫 소설집으로 당선작은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의 홀로서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의 주요 사건은 주인공과 마이클의 관계지만 실제로 작가가 공들이고 있는 부분은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상태이다.

무영문학상은 흙의 작가 이무영(李無影·1908~1960) 선생의 문학 혼과 작가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동양일보가 2000년 제정된 문학상이다.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18회 무영문학상은 2015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 동안 발표된 기성작가의 소설 중 중·장·단편에 관계없이 치열한 작가정신을 가진 역량있는 작품을 선정했다. 심사는 김봉군·김주연·유종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동양일보는 18회 무영문학상을 끝으로 마감하고 내년부터는 신인문학상으로 제정된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전 11시 무영 선생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 읍성읍 한불로 이무영 생가에서 열리는 23회 무영제 행사장에서 개최된다.

<김재옥>

 

<수상자 인터뷰>

-소설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어떤 계기로 탄생했나.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강의했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한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학생들의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는 고맙고 측은하고 사랑하는 존재인 동시에 자기를 서럽게도 하고 억압하기도 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머니를 단일한 이미지로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고 이에 대해 생각하다 이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원고를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고치지만 일단 손에서 떠나보내면 잊는 편입니다. 쓰는 것까지는 작가의 몫이지만 발표한 다음부터는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나름대로 자신의 운명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구상할 때 특별히 의식하는 것이 있다면.

“대체로 주제를 먼저 생각한 다음에 그 주제를 표현할 인물, 소설의 형식과 문체, 구체적인 묘사 등을 고민하며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봅니다. 특히 소설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형식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평소 이무영 선생 또는 그의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무영선생과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충청북도 음성에서 출생해 농촌문학작품을 본격적으로 쓰신 분이라는 교과서적인 내용 외에는 자세히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무영선생의 작품세계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언제부터였고,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책 읽는 일을 좋아했고, 또 상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세계를 글로 옮기는 일이 좋았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글이 소설에 가장 가깝다는 것을 이십대 후반쯤에 알게 되었고, 소설을 발표하려면 등단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신춘문예에 응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수상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인간 안에는 다중적인, 여러 색채를 가진 성격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부조리하게 부딪히기도 하고 불합리하게 모순을 드러내기도 하는 여러 자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도 마찬가지이고, 어머니를 향하는 우리들의 마음에도 여러 개의 방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어머니를 하나의 형상으로만 바라보려는 것일까, 이것은 어머니에게도 어머니를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억압이 아닐까 하는 생각 끝에 나온 작품입니다. 독자들께서 읽고 공감해주신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무영문학상은 올해 18회를 끝으로 마감하고 내년부터는 신인문학상으로 제정된다. 마지막 수상자로서의 감회는.

“무영문학상이 올해까지 운영되어 제가 마지막으로 수상을 하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내년부터 제정되는 신인문학상이 좋은 작가들을 배출하는 산실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작품과 앞으로의 계획은.

“몇 년 시간을 두고 장편소설을 쓰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재미가 있고 잘 읽히는 문장의 흐름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깊이가 있고 여운이 긴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심사평>

생활경험이 반영된 인간관찰과 선행 문학작품에서 친숙해진 관습이 어우러져 작가의 작품세계가 빚어진다. 생생한 인물, 치밀한 구성, 단단하고 실감나는 문체가 대체로 어떠한 경우에나 작품의 힘으로 작동한다. 그렇게 볼 때 이수경의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이러한 조건을 넉넉하게 또 빈틈없이 갖추고 있디고 할 수 있다.

어머니가 설파하며 강요하는 ‘정감각형’ 같은 삶의 틀에 매여왔던 중년의 여주인공은 반역을 시도한다. 그 반역은 당초 외국인과의 성적모험의 형태로 구상되지만 현장에서의 정감 불일치로 말미암아 성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장구한 세월동안 매어있던 어머니의 멍에로부터 해방되어 독립된 정체성을 성취한다. 프로이트 사상에서 사내아이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부친’의 극목이 딸과 모친과의 관계 속에서 성취되는 설득력 있는 서사이다.

마침 수상작이 표제작이 되어 나온 단편집 속에는 도합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여섯 펀은 신춘문예 당선작인 ‘가위바위보’를 포함해서 모두 10여년 전의 작품이다. 그 후 투병생활로 글쓰기를 중단했던 작가는 근자에 다시 작품쓰기에 의욕을 보여주었다. 최근작의 하나인 ‘작고 마른 인생’은 변두리의 고단한 삶의 과정을 담담하게 적어놓아 도리어 가슴을 뭉쿨하게하는 수작으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과장이나 편견 없이 편하게 진행되는 서사의 안쪽에서 우리는 예사롭지 않은 작가의 예기(銳氣)를 느끼게 된다.

좋은 작품을 가려내어 작가를 현창하는 일은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그런 일에 참여해온지가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보람을 크게 느껴본 적은 많지 않았다. 단편집 한 권을 보여준 진지하고 단단한 역량의 작가를 발굴했다는 사실이 첨가되어 기쁨이 배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상을 축하하며 분발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수상소감>

18회 무영문학상을 받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1998년도에 등단했습니다만 건강문제로 인해 그동안 작품 활동에 긴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 다시 소설을 쓰고 발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출발선에 선 느낌입니다. 또 소설의 세계로 돌아온 것을 반겨주는 듯한 격려를 받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이번을 끝으로 이 문학상이 마감되고 내년부터는 신인문학상으로 운영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영문학상의 마지막 수상자로서 그동안 무영문학상 운영을 위해 애쓰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작품을 심사해주신 심사위원 김봉군 선생님, 김주연 선생님, 유종호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서 수상하신 분들처럼 저 역시 좋은 작품을 꾸준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1958년 대구 출생.△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여성학과 박사과정 수료.
△전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가위 바위 보’가 당선돼 등단.
△산문집 ‘낯선 것들과 마주하기’(도서출판 한울, 2015), 
  소설집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도서출판 강,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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