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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애비는 호미 들고 대학 간다
할애비는 호미 들고 대학 간다
  • 동양일보
  • 승인 2017.04.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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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호 충북도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아버지, 어머니! 저 대학에 합격했습니다.”마을에 잔치가 열린다. 플래카드가 마을 어귀에 걸리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 내 일인양 축하해주고 음식도 함께 나눠 먹는다. 이처럼 대학이란 단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꿈을 보장해 주는 보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요즈음에는 70% 이상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다.

대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다음에 진학해야 하는 단순한 상위 교육기관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방법을 연구하고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곳’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말 그대로 사전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업인대학의 입학식이 이어졌다. 대학 캠퍼스에서의 입학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대학, 함께 공부해 보고 싶었던 그 시절 바로 그 대학! 농촌에서 농사만 짓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도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농업인대학이란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이다.

이론 중심의 집합교육이 아닌 장기 기술교육 과정으로 지역농업의 특화 발전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영농현장 애로 극복 등 지식 기반사회에 적합한 농업 인력을 육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 늦게나마 공부에 뜻이 있는 분들도 많이 참여한다.

농업인대학에서는 농사 시기에 맞춰 이론교육과 실습이 어우러진 참여형 교육을 실시한다. 전문가와 함께 토의하고 고민하면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진행된다.

어떤 날은 전지가위, 또 다른 날은 호미를 들고 교육에 참여해 과수나무의 전정은 어떻게 하는 지, 잡초관리는 어떻게 하는 지를 실습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워크숍을 통해 농사를 지으면서 얻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농업인들의 기술이 날로 향상되고 직접적인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 통계에서도 농업인대학 이수 전보다 이수 후의 소득수준이 20% 이상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에서는 금년도 농업인대학에 화훼과정 외 28개 과정을 개설했다. 현재 1,100여명의 농업인들이 입학해 연 100시간 이상 수강을 목표로 학업에 전념하고 있다. 전문농업기술을 갖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각 지역에서 참여한 교육생들의 열정은 젊은 사람 못지않게 뜨겁다. 젊은 층인 필자가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반성하게 될 정도다.

농업인대학을 졸업해도 고등교육기관에서 인정해 주는 학위증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만학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졸업식장에서 학위복을 입고 시장·군수 명의의 명예수료증을 받게 된다.

우리 부모세대는 대부분 자식들의 대학졸업식장에서나 처음 학위복을 입어 봤을 것이다. 그러니 농업인대학 졸업식장에서 본인의 학위복을 입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이렇듯 졸업식은 가족, 친지 등 많이 사람들이 함께 참석해 축하해 주는 축제의 날이 된다.

어느 날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할아버지는 어느 대학 나왔어요?” 이때 할아버지는 자신 있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할아버지는 ‘충북도립 농업인대학’ 나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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