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표 없이 지지표 분산 예상 많아…지역별 후보 선호도 차이는 있어

(연합뉴스) "경선 끝나면 대충 정리될 줄 알았는데 더 혼란스러워요"

19대 대선 후보등록(15~16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다음 주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호남 민심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린다.

호남 민심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신생 정당이었던 국민의당에 의석을 몰아주며 더불어민주당에게는 뼈아픈 회초리를 들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총선처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로 지지표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많다.

각 당 경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과거 대선처럼 어느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이후에도 나뉜 호남 지지율은 좀처럼 합쳐지지 않고 있다.

문 후보 측도 촛불·탄핵정국 아래에서는 '반문정서가 희석됐다'며 대세론 속 60% 이상의 지지율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현재 그런 예측은 찾아보기 힘들다.

안 후보 측은 총선 이후 급락했던 후보와 당 지지율이 경선 이후 기적처럼 올랐지만 지금의 지지율이 확고하거나 더 올라갈 것으로 자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두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40% 안팎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는데 지역민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했던 광주 표심도 어느 한 후보에게 쏠리기보다는 경선때 처럼 주로 연령대별로 지지후보가 갈리는 모습이 여전하다.

조선대 후문에서 만난 대학생 정인석(22)씨는 "안철수 후보도 나쁘지 않지만 지금은 적폐세력을 청산해야 할 시기"라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후보는 문 후보가 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등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50대 후반의 최성진씨는 "누가돼도 정권 교체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그래도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 후보가 더 우리 지역을 챙겨주지 않겠느냐"며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남도 광주처럼 두 후보를 놓고 지지도가 갈리고 있지만 후보 선호도가 지역별로 온도 차를 보인다.

노령인구 비율이 높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기도 한 전남 서남권의 경우 안 후보 선호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것이 대체적이 시각이다.

목포시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마영록(67)씨는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압승을 했는데 국민의당 후보인 안 후보에게 쏠림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자질론은 둘째치고 호남 홀대론으로 나 같은 60대들은 아직도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업인 이정배(59)씨도 "주변 분위기 보면 문 후보 보다 안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은 것 같다"며 "호남 지지도가 안 후보로 몰리면 수도권 등 전국에 있는 호남 출신 유권자에게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처가이기도 한 여수 등 전남 동부권은 표심이 갈리는 분위기다.

'처가 프리미엄' 효과를 바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층 인구가 많은 산업도시인 만큼 문 후보 선호도도 강하다.

회사원 정민석(50)씨는 "안 후보의 부인이 여수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안 후보를 지지하려는 성향도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동네에서 영부인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데 대선일이 가까워지면 바람이 불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황현주(39·여)씨는 "집권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문 후보가 나름대로 준비를 잘한 것 같다"며 "보편적 사고를 하고 있고 살아온 과정을 볼 때 국민의 심정도 잘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채 두 후보에 대한 정책과 검증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지역민들도 많았다.

광주 소재 공기업에 다니는 박경채(44)씨는 "이제야 본선이 시작됐는데 벌써 결정할 수 있겠냐"며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막판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1일 "호남은 두 후보 모두를 남의 편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어 과거처럼 야권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현상은 없을 것 같다"며 "현재의 지지율에서 득표율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