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계자 소설가

Quo vadis? (쿼바디스)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적당하게 일상과 타협하고 비굴하게 체념도 하며 자신의 안위를 위해 속기(俗氣)를 벗지 않고 감추려 했습니다. 역사와 사회에 무관심하려고 했습니다. 눈을 뜨니 이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방송도 일간지도 두려워 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진보는 어디가고 보수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우리 국민들이 좌우도 아니고 흑백도 아닌 낯선 이방인으로 갈라져서 서로 높은 담을 쌓고 자기주장만 하며 상대의 주장은 귀를 막아 버리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습니까.

우리는 지금 감각 착란 상태입니다. 정신 차리고 자문자답을 해 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죄목이 무엇입니까? 최, 안, 우씨를 거론하며 국정 농단을 말합니다. 또 뇌물 수수와 삼성그룹 합병 개입을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왜 모든 걸 모르쇠 하느냐 입니다. 그래서 괘씸죄에 걸렸다고 합니다. 등등 죄가 아주 많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임을 모르는 이 없으며 지금 말한 죄목이 모두 아직 조사 중이고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처벌부터 하는 법은 무슨 법이냐고 물었습니다.

청와대에 모셔놓은 상태로는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탄핵까지 해놓고 구속까지? 모르쇠가 아니라 공개적으로는 말 할 수 없는 이유를 진정 모르느냐고 수사 중인 사건들인데 어찌 국민 담화에 밝힐 수 있느냐 말합니다. 어디로 가야합니까.

지금 국민들은 정신적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습니다. 하루 종일 까꿍까꿍 하고 날아오는 찌라시들은 죄다 정신 착란을 일으킵니다.

‘보수들이 진보를 무조건 빨갱이로 몰고 간다. 우리가 원하는 건 권위주의 독재를 물리치려는 것뿐이다. 우리는 아주 수준 높게 성스러운 촛불 시위를 했다. 그래서 이겼다.’

‘모든 언론은 민노총이 장악해서 언론의 자유가 사라진지 오래다. 국민은 잘못 된 뉴스를 참인 줄 안다. 헌재 판사들의 만장일치는 말도 안 된다. 5.18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대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젠 문○○을 청와대로 못 가게 막는 길 밖에 없다고 하지만 박○○께서 대비책으로 안○○를 밀고 있으니 그게 그거다’ 등등

이렇게 늦은 밤까지 날아오는 찌라시는 안 보면 그만인데 무음으로 해 놓고도 또 궁금해집니다.

전 국민이 정신 착란을 피할 수가 없으며 정신적 동맥경화증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 땅에 정의도 민주주의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의는 권력과 목소리 큰 자들의 액세서리 일 뿐입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가슴에 금배지 달아야 입에 담을 수 있는 군것질이 되었습니다.

Quo vadis?

현실을 직시 할 혜안을 주시옵소서. 우리 스스로 존재가치를 찾도록 도와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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