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 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1991년 가을 충북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충북도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관선이었던 당시 충북지사는 이동호 전 내무부장관이었다. 충북지사에서 일약 내무장관에 올라 서열 파괴의 장본인이 된 그는 영동 출신으로 재무부에서 죽 근무하다 내무부로 옮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국감장에서 한 야당의원이 이 지사를 몰아 세웠다. 그 의원은 “친구인 손모 과장을 승진시켜가며 영동군수로 임명한 것은 특혜이자 정실인사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런데 이 지사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내가 도지사가 돼 충북도청에 와 보니 고향 친구는 손 과장(당시 사무관)이 유일했다. (승진 서열) 배수에 들어 있었고 내가 평생 도지사 할 것도 아닌데 친구 하나 좀 챙겨준 게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고 강변한 것이다. 그의 당당한 답변에 국감장 분위기는 반전됐고 ‘친구 정실 인사’ 논란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 지사의 고향 챙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금 영동에 있는 영동대학교(현 U1대학교)는 원래 증평에 들어서기로 돼 있었다. 법인 측에서 증평 일대에 부지를 확보해 놓고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을 때 이 지사가 나서 자신의 고향 영동에 개교해 줄 것을 강력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하늘만 빼꼼한 영동에 4년제 대학이 들어서게 됐다.
아무튼 영동에 대학교가 들어섬으로써 영동지역은 경제적 측면에서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영동군민들이 영동대가 충남 아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궐기대회까지 열어 반대를 외친 까닭이 명백해진다.
이원종 전 지사는 반대의 경우다. 제천 출신인 그는 민선 3, 4기 지사를 역임할 때 혁신도시 입지 선정과정에서 고향을 도와 주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5년 제천은 현재 음성·진천에 조성된 혁신도시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도내 균형발전 논리와 북부권 소외론이 맞물려 제천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다. 충주도 나서 혁신도시를 북부권에 주지 않으면 도지사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지만 입지는 결국 음성·진천으로 결정됐다.
이후 제천에서는 이 지사가 타 지역 눈치를 보느라 고향에 제대로 된 선물하나 주지 않았다며 성토하는 분위기였고 급기야 지사 퇴임후 특강차 들른 고향에서 계란봉변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사 출신 두 사람이 남긴 고향 흔적이다.
요즘 새삼 도지사 고향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잠잠하던 불씨는 현 이시종 지사가 제공했다. 충북도가 5년여동안 추진해 온 충북경제자유구역중 하나인 충주에코폴리스를 전격 포기하자 이 지사 고향인 충주에서 고향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지사가 고향을 외면하면서 이른바 역차별 피해를 보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더욱이 충주 출신 도의원들은 이 지사가 중앙정부에는 균형발전을 요구하면서 정작 도내 균형발전은 외면하고 있다고 가세하고 있다. 심지어 청주와 충주를 차별한다면서 지역민 감정을 건드리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충북도가 에코폴리스를 포기한 것은 늦었지만 현명한 결정이라고 본다. 에코폴리스는 지구 지정때부터 말이 많았다. 충주 출신 윤진식 전 의원이 주도해 일사천리로 밀어부쳤고 입지도 공군전투비행장 인근으로 정해 처음부터 부적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전투기 소음이 심한 지역에 기업들이 들어올 리 없고 특히 외국인 투자자를 기대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전투비행장 이전이 전제되지 않은 이상 에코폴리스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윤 전 의원 등은 에코폴리스가 들어오면 충주가 개벽하는 양 추종세력들을 앞세워 지역 분위기를 띄우고 충북도를 압박했다. 물론 여기엔 윤 전 의원 친정격인 산자부도 큰 몫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등에 떠밀려 에코폴리스를 추진한 충북도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에코폴리스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 사생아를 두고 이제 와서 네 탓하며 공방을 벌여 봤자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충북도와 충주시가 할 일은 기대에 부풀었던 지역주민들을 다독 거릴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어차피 인간은 귀거래(歸去來) 인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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