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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젖은 열광
봄날에 젖은 열광
  • 동양일보
  • 승인 2017.04.1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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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청주 청춘동화극단 회장

최근 여가 선용이 늘어나면서 문화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는 생활의 여유가 있고 공연문화가 우리 가까이 와 있어 공유하는 일이 쉬워졌다. 이런 종합적인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삶에 윤기를 더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또한 문화공연을 자주 감상 해보려고 노력한다.

2월 어느 날 딸은 내게 맘마미아 뮤지컬을 한다니 구경 가자고 했다. 뮤지컬을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영어 실력이 워낙 없는지라 망설였다. 몇 해 전에 맘마미아 영화를 본 일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는 원어로 말해도 한글 자막을 보며 이해력을 총동원하여 봤지만 이곳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은 왠지 겁이 났다. 딸의 끈질긴 설득에 압도당해 응해 주었다. 시카고의 한 호텔에 가서 직접 표를 구입하면 저녁식사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튿날 바쁜 가운데서도 호텔에 가서 표를 구입했다. 영화로 본 맘마미아를 미국시카고에서 뮤지컬을 보는 영광을 누렸다.

딸과 들뜬 기분으로 공연장으로 갔다. 마침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길에 차들이 밀리는 시간이라 좀 늦게 도착되었다. 안내원이 오늘 날씨가 안 좋아 많은 분들이 늦게 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몸에 밴 친절한 안내로 후한 대접을 받으며 화려하게도 낭만적인 식사를 했다. 공연 값보다는 식사값이 더 많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공연시간 10분 전에 공연장으로 입장하여 많은 사람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그 가운데 젊은이들은 가물에 콩 나듯 하고 1000여 명이 넘는 관객이 거의가 나이 지긋한 분들이다. 시카고에 살고 있는 노인 분들만 구경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그중에 동양인은 눈 씻고 찾아보아도 안 보인다.

무대 배치를 좌석 한 가운데 설치해 놓아 사방팔방에서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볼 수 있어 깜짝 놀랐다. 이 모든 일들이 생소하고 낯설기만 했다.

배우들이 어두운 객석을 뚫고 화려한 조명이 비친 무대에 오른다. 도나와 그의 친구들은 노래와 춤을 추며 연극이 이루어질 때다. 그때 도나의 딸 소피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엾게도 아빠가 없다. 그래서 결혼식장에 같이 들어갈 아빠가 없다는 사실에 소피는 슬퍼한다. 그런데 엄마의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엄마의 연인이었던 세 명의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소피는 엄마 도나의 첫사랑인 세 명의 남자 쌤, 빌, 해리에게 엄마의 이름으로 결혼식 청첩장을 보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는 즐거운 마음으로 소피의 결혼식에 임한다. 도나와 친구들이 왕년의 록큰롤 가수 시절을 그리워하며 함께 17살 때로 돌아간 듯 신나게 최고의 ‘댄싱퀸’을 열창했다. 사랑과 꿈을 화려한 무용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표현하여 격렬하게 울린다. 유쾌하고 멋진 결혼식이 진행될 때 결혼식장에 도착한 세 명의 남자는 굉장히 황당해 한다. 엄마인 도나 자신도 그 세 남자 중 진짜 소피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

연극과 25곡의 노래와 춤사위가 한데 어우러졌다. 잘 모르는 노래였지만 그들의 모습에 은연중 신이 났다. 커튼 콜 할 때는 관객이 모두 일어서서 흥분된 기분에 주위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박수치고 춤추고 소리 지르며 그들과 한 덩어리가 되었다. 배우들과 하나 되는 그 순간 짜릿한 흥분과 그 황홀함에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다. 이렇게 감명 깊은 공연은 내 생애 처음이다. 오래도록 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던 감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설렘으로 가슴깊이 남아있다. 이 따뜻한 봄날 마음 밭을 윤기 있게 가꾸기 위해 아름다운 공연문화를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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