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전 제천교육장)

▲ 최성택(전 제천교육장)

 우리나라를 반만년의 역사라고 하는데 그 긴 시간 중국과는 우호와 갈등을 반복해 왔다.    우리는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며 4대 문명의 발상지로 역사 또한 오랜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침략도 당했으며 크고 작은 전쟁으로 경제적 손해도 많이 보았다. 임금이 승하하고 다음 왕이 되려면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또한 조공도 바쳤는데 경제적 피해보다도 미인이 조공 항목에 포함 되었으니 국격의 손상이 더 크다. 요즈음 말로하면 인권과 국가 간 외교의 예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 맹자를 배출한 나라가 맞는 가 의심 된다. 그런 형편에서 약소국으로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리의 자존심을 지킨 지사를 소개해 보려 한다.
 
 먼저 조선 선조 시대에 태어나 효종 때까지 생존했던 청음 김상헌 (1570∼1652)선생을 떠 올릴 수 있다. 그는 한국사에서 절개와 지조의 상징이며 그 상징의 핵심은 ‘숭명배청 (崇明排?)’ 이다. 같은 중국이라도 한족 중심인 명에 비해 여진족이 일으킨 청나라의 .정치제도와 문화를 배격한 것이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예조 판서로서 청나라에 항복하게 되자 최명길이 지은 항복 국서를 찢고 통곡했다. 이듬해 1월 김상헌은 단식을 하고 스스로 목을 매는 등 죽음을 결행하기도 했으나 옆에 있던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결국 인조는 항복했고 척화에 앞장섰던 댓가로 1641년 심양으로 잡혀가 심문을 받았으나 시종 굽히지 않았으며 청나라 사람들도 감동하여 1645년 돌려보냈다. 그런데 1643년 주화론자인 최명길도 심양에 잡혀와 있었는데 두 사람이 포로의 신세로 주고받은 시는 너무도 다른 의식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최명길은 “끓는 물과 얼음 모두 물이고 가죽옷과 갈포 모두 옷이네” 라고 읊었는데 김상헌은 그 시에 맞춰 “성패는 천운에 관계되어 있으니 의(義)에 맞는가를 보아야 하리/ 아침과 저녁이 뒤바뀐다 해도/ 치마와 웃옷을 거꾸로 입어서야 되겠는가? / 권도(權道)는 현인도 그르칠 수 있지만/ 이치에 밝은 선비께 말하노니 / 급한 때도 저울질을 신중히 하시기를” 하고 화답했다. 그가 지은 시조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등지고자 하랴마는/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에서도 시대상황과 그의 굳은 절개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신라 문무왕 때 명노사(名弩師) 구진천(仇珍川)을 소개한다.
삼국통일에 신라 편을 들었던 당나라 고종은 평소 신라에서 만든 ‘쇠뇌’ 라는 활을 탐내어 쇠뇌 만드는 기술자를 내놓으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록에 의하면 쇠뇌는 1000보 거리에 있는 적도 맞출 정도로 사거리가 길고 정교 했다고 한다. 신라에서도 핑계를 대면서 안 보내려 했지만 강대했던 당나라의 요청을 물리치기 어려웠던 신라는 도리 없이 쇠뇌기술자 구진천을 당나라로 보냈다. 그러나 당나라에 간 구진천이 만든 쇠뇌는 고작 30보정도 밖에 못 나갔다. 화가 난 당 고종이 “쇠뇌는 1000보를 날아간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고 닦달하자 구진천은 “활의 재료가 나빠서 그런 것 같으니 신라에서 재료를 가져온다면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고 해서 신라에서 쇠뇌 만들 재료를 가져와서 만들어서 쏴 보니 이것도 고작 60보를 날아가는 정도였다. 화가 난 고종이 길길이 뛰었지만 구진천은 “나무가 바다를 건너오며 습기를 머금은 탓인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며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구진천이 의도적으로 좋은 쇠뇌를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한 고종은 “엄한 벌을 받고 싶지 않으면 어서 제대로 된 쇠뇌를 만들라”고 위협했지만 구진천은 끝내 신라의 쇠뇌만큼 뛰어난 쇠뇌를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구진천이 신라를 위한 애국심으로 쇠뇌 제작 기술을 당나라에 전수해 주지 않으려 한 것으로 추측 된다. 그 후 당나라의 간섭을 받고 시달림을 당하던 신라는 결국 당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고 매소성과 기벌포에서 신라가 승리하면서 6년간의 나 ? 당 전쟁은 끝이 났고 이때 신라의 훌륭한 무기 쇠뇌는 당나라군을 물리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요즈음 언론 보도를 보면 산업 스파이 그 중에서도 방위산업 에 관한 정보를 돈 받고 유출 시키는 일을 보면서 자기의 조국에 대한 개념이나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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