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지정이 무산된 증도가자>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속보=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논란을 일으켰던 ‘증도가자(證道歌字)’의 보물 지정이 무산됐다. ▶3월 22일자 10면.

1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다보성(김종춘) 소장 증도가자(고려금속활자) 101점의 문화재지정신청이 동산문화재위원회 2차 회의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로써 2010년 9월 다보성고미술이 공개해 ‘직지(直指)’의 위상을 흔들었던 '증도가자' 논란은 7년 만에 일단락됐다.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활자다.

증도가(보물 758-1호)는 1239년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으로, 이전에 금속활자로 찍은 서적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되면 1377년 간행된 서적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돼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는 '증도가자'의 서체 비교, 주조와 조판(組版, 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검증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고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다보성고미술이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라는 증거로 제시한 청동 초두(초<金+焦>斗, 액체를 데우는 그릇)와 청동 수반(水盤, 물을 담는 그릇)은 소재가 불분명해 조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지난해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시대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활자일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학계에서 '증도가자'에 관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소장자가 입수 경위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보물로 지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확실하게 인정된 유물이 없어 비교 연구가 불가능하고, 보물 지정에 앞서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이견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소장자가 새로운 증거 자료를 제시하거나 청동 유물에 관한 새로운 연구 기법이 확보된다면 보물 지정 안건을 재심의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기술과 조사 방법으로는 ‘증도가자’가 오래된 활자라는 사실을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증도가자’의 보물지정 부결로 ‘직지’의 고장 청주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박홍래 청주고인쇄박물관장은 “이번 심의결과는 선조의 창조성이 빚어낸 현존 유일 자료로 직지가 다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직지의 위상과 생명문화도시 청주의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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