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뉴스임이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폭격설’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김일성 생일이 4월 15일이고, 북한군 인민군 창건일이 4월 25일(실제 창설은 2월 8일)에 있는 등 북한의 여러가지 정치적 일정이 4월에 몰려있는데다 예측 불허 김정은의 성격상 이에 맞춰 핵실험 감행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기 때문에 이 괴담엔 ‘신빙성’이 얹혀졌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를 떠난 지 보름 만에 재출동했다. 칼빈슨호는 전쟁에서 선제공격과 참수작전에 주로 동원돼 온 것이어서 ‘4월 폭격설’이 프레임을 갖추는데 한 몫 했다. 게다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하버트 맥 매스터 보좌관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불량 정권인 북한이 도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중국을 압박하며 중국이 북핵 해결에 일정부분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중국의 협조가 없을 때엔 군사적 행동까지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독자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일련의 상황들을 보며 SNS는 ‘북한 김정은의 핵실험 감행이나 미사일 발사, 미국 칼빈슨호의 미사일 요격이나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이에 따른 확전’이라는 하나의 ‘시나리오’를 그럴듯하게 짜맞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 주문에 따라 ‘장미대선’이 5월 9일 치러진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그때까지 20여일 동안 우리나라의 ‘군사적 공백’은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의 안위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일이다. 그것은 몇 퍼센의 확률로 계량화하여 대비하는 가벼운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것이 기지고 있는 속성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인 것이다. 예기치 않은 소소한 갈등이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전쟁의 패턴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일단 발발한 전쟁에는 명분도, 합리성도, 인간성도 모두 배제된다. 죽고 죽이는 살상만 남는 것이다. 그것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불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위정자는 그 최악의 상황 만은 모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김정은과 트럼프의 공통점이 예측하기 힘든 ‘캐릭터’라는 점을 주목할 때 우리는 미리부터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해놓아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한반도 위기설’은 페이크뉴스임이 판명됐다. 위기설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을 부풀려 위기감을 조성했던 페이크 뉴스를 차단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점에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장미 대선’을 통해 선출될 차기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을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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