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식 <청주흥덕경찰서장>

청주에 와서 근무한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처음에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청주시의 치안은 매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청주시민에게 치안이 어떤지에 대해 물어보면 아직도 많은 분들이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그럴까. 그런데 막상 근무해보니 청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주민들에게 적극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교통은 다소 예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 교통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정도가 비슷하지만 청주의 경우 무단횡단으로 인한 위험성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도로폭이 넓은 곳에서의 무단횡단은 본인이야 별 생각이 없이 할 수 있지만 결국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어찌 보면 이런 행위가 의도되지 않은 자살행위로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다.

흥덕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작년과 비슷하지만 대부분 차대 보행자에 의한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도로에서의 무단횡단에 대해서는 사망자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왕복 8차로에서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단속해서 범칙금 2만원을 부과했는데 그 사람이 순찰차를 쫓아가 욕설을 하고 순찰차의 운행을 방해한 일이었다.

단속에 화가 나서 순찰차가 자리를 떠나자 택시를 타고 쫓아가서 사건을 처리 중이던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순찰차를 막아서면서 뒷문을 수차례 열고 닫는 등 10여 분간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본인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지만 택시를 타고 가면서까지 공권력을 공격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공권력을 무시하는 풍조가 심화되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정당한 공권력에 대항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하여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번 경우와 같이 정도가 심한 사례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공권력의 행사대상이 시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권력을 고의로 무시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공권력을 강하게 행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 경찰도 과거와 다르게 시민의 달라진 의식을 감안하여 공권력 행사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시민들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민들과 경찰 간 인식의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점에서 경찰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원칙을 지키되 따뜻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법령에 나와 있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적용하기 보다는 법령이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현장에서 그 입법 취지에 맞게 집행해야 한다. 시민을 처벌하거나 단속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위반하는 상황이 다 다르다. 따라서 위반행위의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기 보다는 왜 위반했는지에 대해 충분히 파악한 후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앞으로 시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항상 파악하여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경찰이 되도록 적극 노력할 결심이다.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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