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꽃의 계절이다. 만화방창(萬花方暢)이다. 온 세상이 꽃 대궐이다. 인간이 만든 물감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빛깔들이 오묘하다. 화려하고 신비스럽다. ‘신의 절대성’을 감지케 한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마음의 청정을 통해 법열(法悅)의 세계로 진입하게 한다. 감탄과 경외의 마음으로 백화난만(百花爛漫), 백화요란(百花搖亂)의 산야를 향해 길을 나선다. 따스한 햇볕과 향기로운 바람의 안내를 받으며 봄 처녀가 된다. 무명시인의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서 자고 가자/ 꽃이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라도 자고가자”는 시어를 읊조리며 상춘(賞春)의 대열에 합류한다. 바람과 물소리 등이 꽃과 어우러져 한 편의 서정시가 되고 산과 들의 초목들은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봄의 정취에 몰입한다. 봄의 꽃은 가을과 달리 잠깐 피었다가 지는 특징 때문인지 인간들은 단명(短命)의 봄꽃을 더욱 즐기려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야외로 나와 꽃과 자연 등에 취하고 있다. 꽃으로 목욕하고(花浴), 따스한 햇볕과 감미로운 바람 등을 연인으로 삼아 추억을 만든다.
그런데 이를 어찌하랴. 상춘의 거리와 장소 등이 시작부터 온통 무질서의 박람회장이 된다. 이름이 있는 곳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주정차 금지’의 표지판을 설치해 놓았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차를 세워 놓는다. ‘금연구역’이라는 경고판은 있으나 마나다. 꽃가지를 마구 꺾는다(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백만 원 이하의 벌금), 상춘객들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술병 등이 나둥근다. 취객들끼리 욕설이 난무하고 몸싸움이 벌어진다. 관광지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심신을 비옥하게 하는 안락처’가 아닌 무규범과 무질서의 전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상춘객들로 하여금 ‘꽃이 아닌 쓰레기 잔치에 초대된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시민의식의 실종, 공중도덕의 붕괴 현상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세계 11위의 국력을 과시하는 나라로 발전하였다고는 하나 이렇듯 공중도덕과 시민의식 등은 후진적이다.
공중도덕의 실천과 시민의식의 구비 등이 절실한 소이가 여기에 있다. 공중도덕과 시민의식 등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는 공기와 물과 같은 요소들인 것이다. 인간들에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등이 확보될 때 그에 비례하여 인간의 생명력이 왕성해질 수 있듯이 사회는 공중도덕과 시민의식 등이 격에 게 실천되고 구비될 때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자연이 더없이 아름답고 자원이 아무리 풍부하다 하더라도 공중도덕이 지켜지지 않고 시민의식이 구비되지 않으면 그것은 병든 사회이고 그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의 삶은 황폐한 사막이나 정글과 같은 야만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시민들로 하여금 공중도덕을 준수하고 품격 있는 시민의식을 구비케 하도록 하여야 한다. 국가나 공공단체 등은 공중도덕과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갖가지 방법으로 대중화 및 일상화 등에 앞장서야 한다. 법과 규정을 정비하고 일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모든 시민이 숙지케 하고 실행이 체질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계도하여야 한다. 위반 시에는 단호하게 처벌하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사회공동체 생활의 이단자나 무적격자가 되지 않게 하여야 한다.
공중도덕의 준수와 시민의식 구비 등을 위해서는 국가나 공공기관 들 못지않게 민간 사회단체나 사회지도층들 인사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이들은 공히 사회의 안전과 평화 유지 등 사회의 건강 확보에 지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들 못지않게 일반 국민들의 공중도덕 준수 및 시민의식의 발휘 등이 절실하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사회는 모든 사람의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견고한 공중도덕심과 공동체의식 등의 구비는 필수요건이다. 사회건강은 시민의식과 비례한다는 관점에서 ‘나부터’ 향기로운 화심(花心)을 가지고 공중도덕과 시민의식 등의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첨병이 되어야 한다.
꽃의 구경은 그리고 상춘은 곧 ‘사람’의 구경이고 감상인 것이다 아무리 꽃과 자연 등이 아름답고 향기롭다 하여도 사람의 아름다움만 못한 것이다 모든 풍경 중에 사람이 으뜸인 것이다. 그렇기에 상춘 시민들은 꽃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운 자태를 가져야 한다. 공중도덕과 시민의식 등의 수범자가 되어야 한다. 비도덕적, 탈법적, 탈선적 행태 등을 자행해서는 아니 된다. 상춘의 광장이 질 높은 시민의식의 물결로 출렁이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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