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자금 마련하려 범죄까지 저질러
도박중독자 중 20대 33%, 30대 37%

(동양일보 신홍경 기자) 대학교를 갓 졸업한 A(27)씨는 1년 간 취업이 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우연히 온라인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알게 됐다. 운 좋게 베팅에 성공하면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벌 수 있는 20여만원이 손에 들어왔다. 이에 A씨는 사채까지 써가며 도박에 빠졌고,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허덕이던 그는 결국 절도를 벌여 범죄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이처럼 최근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도박에 의존하는 20~30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751명에서 지난해 1113명으로 2년 만에 48.2% 증가했다. 이 중 20대가 32.5%(369명), 30대가 37.2%(422명)로 다수를 차지했다. 40대는 13.7%, 기타는 16.6%다.

그러나 병원을 찾지 않은 도박중독자를 감안하면 현재 도박에 빠진 청년들은 이보다 더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 원인에 대해 도박 자체의 재미와 쾌감이 현실의 부정적인 감정을 떨치는 수단이 되고 평소에는 알 수 없던 만족감을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청년들의 도박은 현실로 돌아가게 될 경우 또 다시 취업 등 심적고통에 직면해야 할 두려움에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심평원은 중독자의 태도를 비난하지 말고 지양해줘야하며 청년들에게는 장래·사회적 역할 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청년들이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김모(33)씨는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한 아파트에 침입해 5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경찰에 구속됐다.

김씨는 검거 당시에도 강원도의 한 카지노에 있었으며 도박자금으로 현금 1200여만원을 갖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를 벌이는 청년들이 잦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도박으로 인한 범죄는 출소한 뒤에도 쉽게 끊지 못 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도박중독은 꼭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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