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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댁에 경사로 놔 드려야겠어요
외할머니 댁에 경사로 놔 드려야겠어요
  • 동양일보
  • 승인 2017.04.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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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충북도선관위 관리과

나에겐 두 살 터울 쌍둥이 동생이 있다. 옹기종기 어린 셋을 돌보기 힘들었던 부모님은 나를 외갓집에 보냈고, 그렇게 나는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 외할머니 손에 자랐다.

그래서인가 나에게 외할머니는 부모님 이상으로 애틋하다. 그런 외할머니가 얼마 전 구순을 맞으셨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지만 이번에 큰 맘 먹고 외갓집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찾은 탓에 뭉클함이 샘솟았다. 외할머니는 그날도 어김없이 마을 어귀까지 마중 나오셨다. 왜 이렇게 작아지셨을까. 세월이란 놈,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성품처럼 곧던 허리는 어느새 어린아이 키만큼 굽어져 있었고, 집 앞 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리던 모습에 가슴 한편이 저릿했다.

돌아오는 길, 직업병 때문일까? 외할머니 투표소가 몇 층인지 궁금해진 나는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투표소를 검색했다. 다행히 투표소는 승강기가 있는 건물 2층 이었고, 장애인통로가 있어 오르내리기도 편리한 곳이었다.

나는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이다.

우리는 선거가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투표할 장소를 구한다. 이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1층인지, 1층이 아니라면 승강기가 있는지,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경사로는 있는지 살핀다.

물론 경사로가 없다면 임시경사로를 설치해 투표소로 들어가는 길이 불편하지 않게 하였다.

만약 도저히 장소를 구하지 못해 부득이 승강기가 없는 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게 되면 1층 입구에 임시기표소를 마련해 두고 투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할머니 투표소를 내가 직접 구한 것은 아니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하는 나의 동료 누군가가 몇 날 며칠 발품을 팔아 고생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갑자기 시작되면서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을 알기에 그 동료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싶었다.

이번 대선에서 내가 관리하는 지역은 사전투표소와 투표소 모두 100% 1층 또는 승강기가 설치된 건물에 마련했다.

물론 전국적으로 따지면 100%가 안 되는 곳도 있긴 하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라면 누구나 몸이 불편한 나의 외할머니, 나의 부모님, 나의 가족이 투표할 곳이라 생각하고 투표소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 뿐만 아니다. 몸이 불편한 외할머니가 오는 투표소라 생각하며 손녀의 마음으로 시행하는 정책들도 많다.

예를 들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기표대를 모든 투표소에 설비한다든가, 투표소 입구에 투표안내를 도와줄 투표사무원을 2명 이상 배치한다든가, 투표소 이동을 도와주는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외할머니가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손녀의 그 마음으로…….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나는 다시 외갓집을 방문할 생각이다. 그땐 외할머니 댁에 경사로를 놔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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