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송(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 한희송(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6대과제로 항목화 되어있다. 자유학기제 확산, 공교육 정상화 추진, 지방교육 재정 개혁,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그리고 일· 학습병행제와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가 그것들이다. 이들 중 자유학기제 확산과 공교육정상화 추진은 교육내용의 개혁이고 나머지 네 가지는 교육시스템에 관한 개혁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이 세상의 가치물(價値物)들 중에서 그 형식적 측면의 중요성이 최소화되어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위의 여섯 가지 교육개혁 과제 중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유학기제와 공교육정상화추진일 것이다. 나머지는 이 두 항목의 세부시행책이라는 보조적인 위치를 가질 뿐이다.
   자유학기제는 2013년 13개의 시범학교에서의 운영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되어 지난 해에 3,213개 중학교에 전면적으로 시행된 것으로서 중학교 6개 학기 중에서 한 학기를 기존의 수업위주의 공부대신 토론, 실험?실습,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 참여중심의 수업으로 운용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꿈?끼 탐색 활동을 활성화한다는 목표가 주어져 있으며 그 평가는 성과를 중시하는 총괄식 지필평가 대신 형성평가, 수행평가 등으로 명명된 과정평가로 대체된다. 자유학기제 추진목적을 밝힘에 있어서 교육부는 미래교육을 ‘학생의 관심사에서 시작하는 교육’ 그리고 ‘관련된 교과가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융합되는 교육’ 등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교육은 본질적이고 추상적이다. 그 이유는 바로 교육의 실질적 성과가 철저하게 학습자의 내면적이고도 정신적인 능력범위를 그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의 진정한 성과는 당연히 학생의 관심사에서 시작해야 도출되며, 교육현장과 관계 있는 인적 요소들 즉 학생과 교사의 내면에서 교과의 구분이 없어야만, 즉 교과들이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융합되어야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예를 들어서 원자번호 92번의 원소가 “왜 우라늄(Uranium)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가?”하는 호기심은 자연히 역사적 사건으로 학습자를 이끈다. 그런데 이 학습자가 지금 “나는 화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역사를 궁금해 하면 안 된다. 그러니 우라늄이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를 공부하지 말자.”라는 인위적인 결심을 한다면 화학을 잘 하려는 의도가 오히려 화학으로부터 그 학습자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화학은 세계사뿐만 아니라 여타의 과목과도 구분이 되지 않을 때만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육개혁이 교실에서 구현되어야 함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학교와 교실시설 그리고 교육시스템적 측면에서 접근되어 온 지난 수십 년의 교육개혁이 헛된 수고로 치부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개혁의 본질은 철저히 교실 안에 있다. 그리고 그 교실은 전 국민의 이성과 감성이라는 환경 안에 온전히 존재한다. 교사 스스로도 과목간의 융합에 대해 개념화 시킬 수 없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그 의미를 현실화 하도록 할 수 있는가?  작금의 교실환경에서 화학시간에 ‘우라늄’은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을 야단맞지 않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지금 몇 명의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가? 제우스(Zeus)의 할아버지 우라노스(Uranus)와의 관계와 또한 천왕성(Uranus)의 발견이 갖는 상관관계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이를 모를 경우 학생들과 함께 같이 공부해 보기를 청할 용기와 시간을 가진 교사가 도대체 몇 명이나 있을까? 혹여 그런 교사가 있으면 수업시간을 그렇게 활용한다는 사실을 참아줄 학부모가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있을까?
   교육개혁은 형식적으로 편성된 진도를 나간 뒤 이를 숫자로 평가하는 모습으로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능력은 모두 다르다. 이들이 각자 자기 자신의 능력에 의지할 수 있는 시간과 자유를 가지고 자기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아 스스로의 능력을 확대시켜 나가는 모양으로만 교육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학습자와 학습내용을 획일화할수록 오히려 교실에서의 학습효율은 떨어진다.  다양한 능력과 성향의 개인적 차이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면 이는 하나의 교실에서 오히려 학습자들의 실력향상에 높은 효율성을 더한다.
   매일의 학습활동에서 교사들은 이미 배운 것을 가르칠 뿐 자신의 실력은 제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그저 소모적인 문제풀이가 주된 학습목표이어서 그렇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도 매 시간의 수업에서 실력이 커 나가는 장소가 교실이다. 교육개혁은 아이들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들과 교사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일이다.  이의 형식적 수사(修辭)가 학습자위주의 교육, 과목융합교육 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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