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편집국 부장/ 천안지역 담당)

▲ 최재기(편집국 부장/ 천안지역 담당)

4.12 천안시의원 재·보궐선거의‘깜깜이 투표’우려가 현실화됐다. ‘투표율이 15%도 못 넘길 것’ 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천안지역 3곳에서 실시된 재보선 투표율은 평균 11.7%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다. 전국 19곳에서 실시된 기초의원 평균 투표율 21.3%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시민 10명 중 1.2명이 투표장을 찾은 꼴이다. 나선거구에선 겨우 8.6%만이 투표했다. 당선자 3명 모두 3000표 미만에서 확정됐다. 선진국에서는 당선자의 대표성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적정선의 투표율이 55%로이다. 당선자들도 머쓱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천안시의원 후보자 합동토론회’ 에는 3개 선거구 12명의 후보자 가운데 3명만이 참석했다. 나머지 9명은 시민의 부름을 거부했다. 이런 후보자들의 행태는 결국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보궐선거 3곳 중 2곳이 해당 시의원의 금품비리로 재선거가 치러지면서 시민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당했다. 대선정국에 묻혀버린 탓도 있지만, 총체적인 정치 불신이 가져온 결과다. 선거구 별로 쟁점 하나 없었던 점도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천안시는 이번 재·보선에 12억4175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미니선거’ 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재·보선은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선거로 치러져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됐다. 이번 천안시의원 재보선은 시사 하는바가 크다. 역대 최악의 투표율 기록은 지역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꾸지람이다. 당선자는 물론이고, 현역 시의원들도 투표에 등을 돌린 88.3%의 민심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이번 재보선의 민심을 거울삼아 더욱 청렴하고 겸허한 자세로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의회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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