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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공부 3년에 겁없는 지존 '우뚝'청주 운호고 3학년 오우진군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사실 지금도 잘 실감이 안 나고 얼떨떨해요. 저보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출전해서 제가 우승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거든요. 대학 입시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그동안 부모님께 많이 죄송했어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부모님께 떳떳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해킹 공부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뻐요.”

청주 운호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오우진(19·사진)군이 전 세계 해커들이 실력을 겨루는 ‘코드게이트 2017 국제해킹방어대회’에서 주니어부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보고 많은 용기를 얻었다”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 영락없이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실력자다.

‘코드게이트 2017’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코드게이트보안포럼과 한국인터넷진흥원, 매경미디어그룹이 주관하는 행사다. 지난 11~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올해 대회는 지난해 보다 증가한 84개국 7064명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졌다.

만 19세 미만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는 주니어부 대회는 전 세계 유일한 청소년 대상 해킹 대회다. 매년 성인 못지않은 기량을 가진 청소년 해커들이 이 대회를 통해 데뷔하고 있다.

이번 본선 대회는 예선을 통과한 상위 30인이 진출한 가운데 문제 풀이 방식(개인전)으로 치러졌다. 오군은 840점을 받으며 1등을 차지, 미래부장관상과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내년에 열릴 ‘코드게이트 2018’ 본선에도 자동 진출의 자격이 주어졌다. 본선에 진출한 쟁쟁한 특성화고 학생들을 제치고 인문계고 학생으로 받은 상이라 더욱 값진 성과다. 이번 대회에서 받은 상금 500만원 중 일부는 노트북을 사주신 부모님(아버지 오계균(57)씨·어머니 김태연(47)씨)께 드리고 나머지는 저금한다는 착한 아들이다.

오군이 해킹 공부를 시작한 것은 이제 막 3년 남짓이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던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해킹에 대해 알게 됐고 공부를 시작하며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독학으로 시작한 해킹 공부는 막막했다. 주위에 해킹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 질문을 할 수도 없었다. 그에게 가장 훌륭한 스승이 되어 준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다.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리브캣’팀에 합류해 활동했던 경험은 그의 해킹 실력을 부쩍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오군은 이번 대회에서 팀원들과 함께 일반부에 출전, 예선까지 통과했지만 주니어부 대회와 겹쳐 일반부 본선을 포기해야 했다. 주니어부 2,3등을 차지한 학생들 역시 이 팀 소속이다.

관련 전문서적 중 원서의 비중이 크다 보니 영어로 된 책도 읽어내야 했다. 처음에는 영어로만 쓰인 책을 읽어낼 용기도 없었지만 이제는 술술 읽어낼 만한 수준이 됐다.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를 진학하려 했으나 낙방의 고배를 마신 경험은 이후 그를 더 단단하게 다지게 하는 좋은 약이 됐다.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

오군은 “인문계고에 진학해서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했기 때문에 다른 청소년해커들 보다 해킹 공부할 시간이 적었다”며 “다행히 선생님들이 이해를 많이 해 주셔서 대회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홍수 운호고 교장은 “오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대에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국가 안보는 물론 전 세계 사이버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진입장벽이 있어 도전하는 사람들이 적은 시스템해킹을 공부한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해킹은 크게 웹해킹, 시스템해킹, 역공학, 포렌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시스템해킹을 집중적으로 공부했거든요. 그런데 운 좋게도 이번 대회에서 시스템해킹 분야가 상당히 많이 나와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유독 특별하게 취급 받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신분은 늘 그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최근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바로 대학 입학. 집에서는 늘 해킹 공부만 해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는 오군은 이번 수시에서 SW특기자전형을 노려볼 계획이다.

“해킹은 정말 알면 알수록 새로워요. 마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고 즉각적으로 결과물이 나오니 정말 재미있어요. 앞으로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 제거하는 버그헌터가 되고 싶습니다.”

조아라 기자  museara@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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