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2000년 제정 뒤 18년간 수상자 18명 선정

유종호 심사위원 “훌륭한 작품 세상에 알린 게 보람”

내년부터는 ‘무영신인문학상’으로 거듭나

 

흙의 작가 이무영(李無影·1908~1960) 선생의 문학 혼과 작가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동양일보가 2000년 제정한 무영문학상이 18회 무영문학상을 끝으로 마감하고 내년부터는 ‘무영신인문학상’으로 거듭난다.

이무영 선생은 충북 음성 출생으로 ‘제1과1장’, ‘명일의 포도’, ‘세기의 딸’, ‘농민’ 등 농촌을 제재로 한 뛰어난 작품으로 농민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무영문학상은 1년 동안 발표된 기성작가의 소설 중 중·장·단편에 관계없이 치열한 작가정신을 가진 역량 있는 작품을 선정해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시상했다. 심사는 최근까지 유종호·김주연·김봉근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1회부터 18회까지 심사맡은 유종호 문학평론가는 “매번 심사 때마다 작품 수준은 높으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들을 선정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다”면서 “특히 이번 18회 수상자 이수경씨는 단 한 권의 단편집 밖에 없지만 훌륭한 작품이라 선정하게 됐다. 숨은 보석을 세상에 알리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보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동양일보가 찾은 한국문단의 보석, 무영문학상 1회 수상자 이동희씨부터 18회 마지막 수상자 이수경씨까지 그들의 작품을 다시 만나본다.

 

● 1회 이동희 ‘땅과 흙’ 5부작

 

이동희 소설가는 5부작 장편소설 ‘땅과 흙’으로 1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가는 1938년 충북 영동 출생이며 수상작 ‘땅과 흙’은 20여년에 걸쳐 집필된 역작이다. 귀농에 의해 농촌을 낙원화 하려는 농본사상이 투철하고 사랑을 점철한 서사구조로는 농민문학의 한 정형을 이루고 있다.

땅과 흙, 사랑을 점철한 땀의 문학으로 흙에서 나고 흙과 더불어 살고, 흙으로 돌아가는 농민의 격동의 세월이 잘 나타나 있다.

‘땅과 흙’은 못골마을을 낙원화 하려는 땅과 흙의 정신에 의한 삶과 일과 사랑의 동질성을 추구하는 흙과 사랑의 이중적 구조로 된 소설이다.

학문의 길을 버리고 귀향해 인습과 규제와 충돌하면서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려는 이명운과 등장인물들 사이의 애정·갈등과 농민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땅과 흙’은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 이기영의 ‘소향’ 같이 농촌을 낙원화하려는 농민문학과 계보를 같이 하는 한국농민문학의 전통을 계승한 대작으로 평가받았다.

 

● 2회 김주영 ‘아리랑 난장’ 3부작

 

2회 무영문학상 수상자는 3부작 소설 ‘아리랑 난장’의 김주영(1939년 경북 청송 출생) 소설가였다.

수상작 ‘아리랑 난장’은 IMF로 인해 좌절과 고통을 겪으며 막다른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 ‘장돌뱅이’라는 새로운 삶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어떤 위기가 닥쳐도 그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아리랑 난장은 다른 후보작들과 비교했을 때 아주 독보적이었다는 평을 들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거의 사라져가고 있지만 지역에서 만만치 않은 무언의 비중을 갖는 ‘장터’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색 있었던 작품이었다.

 

● 3회 김원일 ‘슬픈시간의 기억’

 

3회 무영문학상 수상자는 1942년 경남 김해 출생의 김원일 소설가다.

그는 4편의 중편들로 이뤄진 연작소설 ‘슬픈시간의 기억’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작품은 우리 소설에서 드물게 노인과 죽음의 문제에 도전하고 있는 역작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팔순을 전후한 노인들이다. 각기 다른 배경의 과거를 지니고 있으나 같은 시대의 한국을 살아온 사람들로써 공통된 고통의 상흔을 지니고 있다. 김 소설가는 이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는 노인의 삶을 재조명했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청년기에 머물러있던 우리 문학의 감수성을 전 연령대로 확대하면서 소설의 깊이를 심화시킨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 4회 이현수 ‘토란’

 

이현수 수설가는 ‘토란’으로 4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1959년 충북 영동 출생의 이 소설가는 무영문학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토란에는 10편의 단편들이 수록돼 있다. 그 소재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소설가의 튼실한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소설가는 토란에서 젊은 작가들의 관심에서는 차츰 멀어져가는 우리 주변의 현실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철저한 리얼리즘, 인간 심리와 그 관계에 대해 관찰하고 있다.

표제작 ‘토란’은 요리가 ‘종교’였지만 자신만의 부엌은 가져본 적이 없는 시어머니에게 부엌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김제 출신 시어머니의 입담을 구성지게 되살려나며 토란 요리를 인생에 비교하는 기지가 번뜩인다.

 

● 5회 한만수 ‘하루’

 

1955년 충북 영동 출생의 한만수 소설가는 ‘하루’로 5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 ‘하루’는 하루 동안 일어나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일종의 ‘피카레스크적 수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 소설가는 가난하고 궁핍하게 생활하는 농부 오명수의 하루를 시간대 별로 쫓으며 서술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농촌이 무너져가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부각되는 농촌은 도시와 구별되지 않는 많은 악덕들이 난무하고 있다.

인정과 취락주의적 정서가 사라진 정보화 사회의 황량한 모습이 식당과 상가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곳에 맞춰진 작가의 은밀한 시각에 의해 리얼하게 포착된다.

이 소설은 왜곡된 농촌의 삶과 붕괴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농촌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농촌의 퇴장과 더불어 미약해진 농촌소설의 변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통 지킴이로서의 자세가 높게 평가 됐다.

 

● 6회 심윤경 ‘달의 제단’

 

6회 무영문학상의 주인공은 ‘달의 제단’의 심윤경 소설가였다.

심 소설가는 1972년 서울 출생이다. 그는 당시 문학 시류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정통 서사로 형성된 장평소설 ‘달의 제단’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작품은 양반과 상인의 이중구조로 된 조선 전통사회의 사회구성체와 그 후의 근대사회, 그리고 인터넷 중심의 정보사회를 하나의 가문 속으로 몰아넣고 그 공동의 운명을 정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청년은 양반가의 적자이지만 사랑에 실패하고 자살한 아버지, 그를 버린 생모사이에서 완고한 조부의 훈육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에게 행랑채 하녀와의 육체적 사랑은 유일한 위안이었지만 이것마저도 조부에 의해 파탄된다.

이 작품은 근대의 노정을 담은 일가 3대의 갈등과 비극을 21세기 첨단사회에서 젊은 신세대 작가에 의해 이 고전적 주제가 설득력 있게 펼쳐지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 7회 조용호 ‘왈릴리 고양이나무’

 

조용호 소설가는 ‘왈릴리 고양이나무’로 7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1961년 전북 정읍군 좌두 출생인 그는 9편의 중·단편이 수록된 창작집 ‘왈릴리 고양이나무’를 출품,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수록작의 주인공들은 대개 사랑과 이별의 상처를 간직했거나 이로 인해 세상살이에 편하게 안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인물들이다.

표제작의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아프리카 사진집을 내기 위해 모로코로 온 남자다.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 가이드 역시 남편을 잃고 마음 둘 곳을 모른 채 살아간다.

작가는 죽은 아내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남자와 죽은 남편이 묻힌 땅을 떠나려 하지 않는 여자의 내면 풍경을 뿌리내리지 못해 말라죽어가는 척박한 아프리카 사막을 배경으로 쓸쓸하게 그려 보인다.

진실에 대한 열망과 허탈감, 나그네 의식이 갖는 무욕의 순정성, 그 바탕을 가로지르는 정서의 슬픔, 풍경의 한 장면을 포착해 그것을 서사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구성력과 문체의 힘이 독보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8회 김영현 ‘낯선 사람들’

 

8회 무영문학상은 ‘낯선 사람들’의 김영현 소설가가 수상했다.

김 소설가는 1955년 경남 창녕 출생이다.

낯선 사람들은 조용한 소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데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추리적 기법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김 소설가는 단편 위주의 한국 소설계에서 장편소설에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종사해 온 몇 안되는 작가군에 속한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작을 통해 인간의 죄와 폭력 문제에 예리한 칼을 대고 힘든 싸움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 9회 이동하 ‘우렁각시는 알까’

 

9회 무영문학상은 1942년 일본 오사카 출생의 이동하 소설가가 차지했다.

수상작 ‘우렁각시는 알까?’에는 같은 제목의 소설 등 단편 10편이 수록돼 있다.

작품들은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소시민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남루한 일상의 삶을 모티브로 한다.

이 소설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그들이 가족, 혹은 친구 친지들 사이에서 벌이는 애환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표제작 ‘우렁각시는 알까?’는 어느 작은 도시에서 노모와 함께 살아가는 택시 운전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어느 날 갑자기 변화된 한 소시민의 삶을 추적한다.

평범한 사람들 애환을 아름답게 구현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심사위원들의 전원 합의로 수상자로 선정됐다.

 

● 10회 김형경 ‘꽃피는 고래’

 

김형경 소설가는 ‘꽃피는 고래’로 10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김 소설가는 1960년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수상작 ‘꽃피는 고래’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열일곱 살 처녀의 눈과 마음에 비친 바다이야기다.

그 바다이야기가 다소 독특한데 부모가 가졌던 신화에서 시대이동을 이뤄가며 생성돼 가는 새로운 신화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신화는 처녀의 부모세대에서 삶의 중심에 있던 고래잡이가 이제 그들이 떠난 상실과 출발의 막연한 지점에서 새로운 젊은이들이 꾸려갈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사회의 풍속과 내일의 무대를 성장소설적 관점과 혼합해 그려낸다. 오늘의 시점에서 이무영 선생의 소설정신과 상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 11회 전성태 ‘늑대’

 

1969년 전남 고흥 출생의 전성태 소설가는 ‘늑대’로 11회 무영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전 소설가의 ‘늑대’는 평범한 작품집임에도 오히려 이색적으로 돋보이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소설집에서는 특히 몽골을 무대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전 소설가는 6개월을 몽골에서 보냈는데 당시의 체험과 그로부터 나오는 영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품은 남북문제, 이주노동자 문제, 신자유주의시대 자본주의 문제, 혼혈문제 등 중요한 주제의식을 담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표제작인 ‘늑대’는 몽골 초원을 덮친 자본으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속에서의 삶을 미학적이고도 사색적인 문체로 표현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따르기 쉬운 복고의 풍정에 매몰되지 않고 비판적이지 않은 시선도 미덥다고 평가했다.

 

● 12회 김도연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12회 무영문학상은 ‘이별전후사의 재인식’을 쓴 김도연 소설가의 차지였다.

김 소설가는 1966년 강원도 평창 출생으로 수상작은 8편의 중·단편을 모아 놓은 것이다.

고향인 강원도를 배경삼은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그 현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서사를 꾸며내 보였다.

표제작은 1997년 IMF 금융위기 당시 사랑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연인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문체로 읽는 재미를 안긴다.

김 소설가는 당시 촌 이야기를 촌스럽지 않게 전개해나가는 놀라움을 보여주며, 특유의 해학과 유머로 현실을 극복하게 하는 솜씨가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 13회 성석제 ‘홀린영혼’

 

성석제 소설가는 ‘홀린영혼’으로 13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1960년 경상북도 상주 출생인 성 소설가의 ‘홀린영혼’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잘 조형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성 소설가는 ‘홀린영혼’에서 허풍과 거짓으로 일관된 삶을 살고 있는 친구 ‘이주선’이라는 인물의 삶을 시선으로 쫓으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전통사회를 소재로 즐겨 다루던 그는 현대농촌의 이야기들을 실감 있게 전달하는 일에 있어 거의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머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기술이라면,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는데 수상작 홀린영혼도 이러한 정신과 방법이 잘 표출된 작품이었다.

홀린영혼은 이러한 성 소설가의 작품세계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수작이라는 평이다.

 

● 14회 이혜경 ‘너 없는 그 자리’

 

14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한 이혜경 소설가는 1960년 충남 보령 출생이다. 그는 소설집 ‘너 없는 그 자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소설집 ‘너 없는 그 자리’는 세세한 관찰을 통해 따뜻한 가슴으로 삶을 껴안으면서 단정한 문장을 구사하는 이 소설가의 작품세계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라고 평가받았다.

‘너 없는 그 자리’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아픔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표제작 ‘너 없는 그 자리’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사귀던 남자와 잠시 동안 이별하게 된 여자의 독백을 들려준다.

이 소설가는 세세한 관찰을 통해 따뜻한 가슴으로 삶을 껴안으면서 단정한 문장을 구사한다는 평이다.

 

● 15회 권여선 ‘비자나무 숲’

 

권여선 소설가는 ‘비자나무 숲’으로 15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권 소설가는 1965년 안동 출생으로 수상작 ‘비자나무 숲’은 고운 여인의 정갈한 앞치마를 연상시키는 단정하고 아름다운 소설집이라는 평을 들었다.

또 한 폭의 고요한 풍경화 같은 절제된 문장이 이 작품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권 소설가는 심사자들의 만장일치의 동의를 얻으며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수록된 작품들이 단편소설의 교본과도 같을 정도였고 그림과 사진처럼 소설미학의 전범을 구성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 16회 이응준 ‘소년은 어떻게 미로가 되는가’

 

16회 무영문학상은 1970년 서울 출생의 이응준 소설가가 받았다. 수상작 ‘소년은 어떻게 미로가 되는가’는 실존과 실증이라는 두가지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기성찰의 소설이다. 그 어느 쪽에서도 행복할 수 없는 불만과 불안의 자아를 종교와 연애의 통로에서 바라볼 때, 미로에 앉아있는 소년이 된다.

이 작품은 소수자 관찰에 상당 부분 매몰돼 이른바 보편적 관심에서 꽤 멀어진 많은 소설들에 비춰 볼 때 정통으로의 회귀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또 문장의 선도 굵고 호쾌한 속도감이 가독성을 높여준다는 점도 좋은 평을 받았다.

 

● 17회 조해진 ‘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소설가는 장편소설 ‘여름을 지나가다’로 17회 무영문학상을 받았다.

조 소설가는 1976년 서울 출생으로 수상작은 여름 한 철 빈 상가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행장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의 내용을 얼핏 보면 무의미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지극히 비주관적인, 거의 즉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문체로 묘사하며 의미 없는 젊은이들의 일상이 얼마나 비극적인 감성과 연결된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결국 알바와 비정규직에 의존한 오늘날 젊은이들의 삶이 지닌 피폐성을 나즈막한 오열의 목소리로 전해준다.

‘여름을 지나가다’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정통의 형식 속에서 시대의 깊숙한 아픔을 절제된 감정, 그러면서도 속 깊은 감성으로 묘사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 18회 이수경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18년 역사의 무영문학상 마지막 수상자는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를 쓴 이수경 소설가다.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표제작을 포함해 8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표제작은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의 홀로서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의 주요 사건은 주인공과 마이클의 관계지만 실제로 작가가 공들이고 있는 부분은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상태이다.

이 작품에서 어머니가 제시한 삶의 틀에 메여왔던 중년의 여주인공이 반역을 시도한다. 그 반역은 당초 외국인과의 성적모험의 형태로 구현된다.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메여있던 어머니의 멍에로부터 해방돼 독립된 정체성을 성취한다.

수상작은 생생한 인물, 치밀한 구성, 단단하고 실감나는 문체 등 작품의 힘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들이 넉넉하고도 빈틈없이 갖춰져 있다는 평을 받았다.

<김재옥·박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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