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흠 <청주 금천중 교장>

바로 며칠 전 토요일의 일이다. 용무가 있어 충북학생교육문화원에 갔을 때였는데 청소를 하기 위해 청소용 카트를 밀고 가는 청소아주머니가 계셨다.

그 카트를 보는 순간 우리 학교에서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할머님이 생각났다.

칠순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에 한 손엔 물을 담은 양동이를, 다른 손엔 봉걸레를 든 채 4층 건물을 오가면서도 힘든 내색 하지 않고 깨끗한 학교를 위해 오전 내내 열심히 청소를 하시던 할머님의 모습이 청소카트에 겹쳐 보였다.

순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청소를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한 뒤 스마트 폰을 꺼내 청소용 카트 사진을 찍었다.

주말이 지나 월요일. 학교로 다시 출근을 한 뒤 할머니께 청소카트를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다. 필요하면 구매해드리겠다고 했더니 할머니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나는 당장 청소카트를 구매하도록 조치했다. 배송된 청소카트에 청소 도구를 챙겨 싣고 교장실로 와서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던 할머님. 교장실을 벗어나 가시는 모습이 홀가분해 보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선생님이 내게 어떻게 청소 카트를 살 생각을 했냐고 물어왔다. 나는 한 마디로 답했다.

“관심이죠.”

‘관심’. 참 간단하고도 쉬운 것인데 왜 난 이제 서야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힘들게 청소하시는 모습을 2년 넘게 보아왔는데….

어르신께 어쩐지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진즉에 편리함과 행복, 홀가분함을 선물할 수 있었을 텐데….

할머니가 학교에 와서 카트를 밀고 다니시면서 좀 더 발걸음이 가벼워졌을 거라 생각하니 내 마음도 곧 편해졌다.

청소카트는 고작 8만원 정도의 물건이었지만 할머니께는 몇 백만원짜리 고가의 물건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나도 그런 행복을 함께 누린 셈이다.

천명이 넘는 학생들과 직원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했지만 이제야 그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어서 마음이 흐뭇했다.

얼마 전 청소부 아주머니의 용기 있는 행동이 세간의 주목을 끈 적이 있다. 아무 의견도 표현하지 못하는 직종으로 여겨졌다. 때로는 차별받고, 괄시받고, 고통 받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그분들에게 작은 관심을 기울이길 바라본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면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이제 이 자리를 빌려 그 할머님께도 한마디 더 하고 싶다.

“학교를 깨끗이 관리해주시고 늘 우리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가끔은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을 하지 않아도 지긋이 바라보며 어려움은 없는지, 도와줄 것이 없는지 살펴보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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