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 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과 죽었다는 것의 차이. 그것은 숨을 쉴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된다.
의식하지 않아도 잠시도 쉬지 않고 들숨과 날숨이 코의 점막을 건드리며 몸속을 들락거린다. 그런데 요즘은 이 들숨 날숨이 자꾸 의식 된다. 신경이 쓰인다.
지금 내 폐는 괜찮을까. 허파꽈리는 안전할까 염려증이 인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잦은 기침이 나서 병원엘 갔더니 폐가 많이 약해졌단다. 바쁜 일과로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지 못하는 대신 아침마다 걸어서 출근을 하는, 그래서 그 의지와 부지런함에 대해 늘 부러워했던 동료이다. 의사는 걸어다닐 때 마시는 미세먼지가 폐에 영향을 준다고 주의하라고 하더란다. 아닌게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다. 숨 쉬는 것에 대한 불편 뿐 아니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 죽음의 먼지가 아닐 수 없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의하면 초미세 먼지로 인해 세계에서 연간 345만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발 초미세 먼지로 한국과 북한 일본 몽골 등 동북아 4개국에서만 3만900명이 희생되고 있단다. 초미세먼지는 심장질환, 뇌졸중, 폐암,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을 유발하는데 논문에 따르면 중국 배출 초미세 먼지로 사망하는 세계인은 모두 102만명으로 그중 중국인이 96만명이고, 동북아 3만900명, 유럽 1388명, 미국 1710명 등 중국바깥 지역에서만 중국발 초미세먼지로 6만5000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을 발표한 중국학자들은, 선진국들에 싼값에 수출하기 위해 중국공장에서 초미세먼지를 배출하며 저렴한 제품을 만들다보니 그에 따른 피해를 자국민들이 보는 것이라며, 중국인 초미세먼지 사망자 가운데 24%정도가 수출품을 만들려다 나온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초미세먼지의 발생이 싼 상품을 요구하는 선진국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변명이지만, 중국이 환경규제를 엄격히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리고 자국민이 아닌 한국인이 지리적 위치 때문에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는 피해는 어찌 보상받아야 할까.
물론 지금 우리나라 전역을 뒤덮고 있는 저 희뿌연 스모그. 그 미세먼지가 모두 중국발은 아니다. 우리 자체에서도 분명히 발생 원인이 있다. 그런데 중국산이든 국산이든 화가 나는 것은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날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느니, 창문을 열지 말라느니, 야외활동을 삼가라는데 이게 대책이고 대안인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말, 서울과 베이징, 델리를 세계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3대 도시로 꼽았다. 자존심 상하고 화나고 복장이 터질 일이다. 그 맑던 하늘, 아름다운 숲, 우리 산천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을 어디 가서 깨끗하게 바라 볼 것인가.
지난해 6월, 환경부는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내에 유럽 대도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초미세먼지 농도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올 들어 석 달 사이에 미세먼지 경고가 85차례나 내려졌으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지금 국민은 유럽대도시 수준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파리의 하늘, 로마의 하늘처럼 파란 하늘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안개의 도시로 폄하하던 런던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하늘이 얼마나 깨끗한지, 런던시당국의 노력을 절반이라도 벤치마킹해서 적어도 건물이며 나무며 꽃이 먼지를 걷어내고 우리 눈에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만 공기의 질이 좋아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이제 미세먼지문제는 정치의 문제이다.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고 환경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요즘 장미선거를 앞두고 연일 대선 후보자들이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선 화끈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람이 살려면 숨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보다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초미세먼지 해법을 내놓는 사람을 차기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봄이지만 봄 같지 않은 봄. 산뜻한 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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